[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취임식 이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위원장으로 해야 할 가장 큰 두 가지가 갑을관계 개선과 재벌개혁"이라며 "법안 개선 등 관련 방안은 좀 더 정교하게 생각을 가다듬어 구체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국회 상황이 개혁 입법을 바로 처리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며 유관 부처들과 협조 체재를 통해 정교한 실태 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고 서두르지 않고 일관되게 가는 것이 재벌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하 김 위원장 일문일답.
기업에 예측 가능성을 줘야 한다는 철학을 일관되게 주장했는데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일부 모호해진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국회나 야당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법률 개정과 관련해 국회와 협의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단체에 있을 때 가졌던 생각을 계속 가져가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다양한 대안이 나와 있고, 공정위 차원에서 검토를 하고 복수의 안을 결정해 여야 의원들과 협의하는 절차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워낙 쟁점이 뜨거워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안을 만들기보다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전문가, 의원들과 함께 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좁혀진 안을 가지고 논의에 들어갈 것이다. 법안 제정과 개정은 프로세스를 통해 이견을 좁히고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임명되는 과정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없어 국회와 관계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로 어려운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적합이든 부적합이든 보고서가 채택됐으면 했는데 결국 강행 임명하는 모양이 됐다. 야당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이후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장관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이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후보자로 지명 발표된 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연락해 이제 '갑을관계가 바뀌었다'고 했다. 사실 나의 말투가 단정적이고 생각이 확실해 국회에서 의원들과 이야기할 때 학생을 대하듯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이제 위원장으로서는 이런 태도를 가지면 안 된다. 이번 청문회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 을의 위치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앞으로 의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할 것이다.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정확하게는 을의 자세로 의원들을 모시고 경청하고 논의를 이어가겠다.
취임사에서 약자 보호에 대해 언급했다. 갑을관계는 현행법에 있는 내용이 아닌데 국회와 논의 방안은.
-이미 이와 관련된 법안들이 국회에 상정이 돼 있다. 논의가 상당부분 진행된 것이기도 하다. 물론 경쟁법의 목적은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쟁법 내용 판례의 기본이 되고 있다. 시장지배적 남용행위 제재, 기업결합 승인, 카르텔 제재 정도가 이슈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주로 이야기가 되고 있는 공정위의 책무는 좁은 의미가 아니라, 기업 간 불공정거래에 대한 책임도 포함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경우 기업간 거래는 서로 대등하고 사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경쟁당국이 개입하는 경우가 적다. 하지만 한국은 갑을관계로 이뤄지는 거래가 많다. 그래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위원장 임명 전에 대통령의 특별한 당부가 있었나.
-공정거래위원장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잘 협의해서 평소에 연구하고 실천해왔던 바를 일관적으로 실천하라고 말씀하셨다. 개혁이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도 하셨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한 달이 지났다. 국민들이 보기에 검찰개혁이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재벌 개혁은 검찰개혁처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은 이해관계자가 많고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어 몰아치듯이 할 수 없다. 현재 국회 상황이 개혁 입법을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유관 부처들과 협조 체재를 통해 정교한 실태 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방안을, 서두르지 않고 일관되게 가는 것이 재벌개혁이다. 공정위원장으로 해야 할 가장 큰 두 줄기 책임이 재벌개혁과 갑을관계 개선이다. 갑을관계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언급을 했고, 재벌개혁과 관련된 구체적인 이야기는 조금 더 정교하게 생각을 가다듬어 향후 구체적으로 말하겠다.
기업집단국 신설 등 조직개편 윤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공정위 차원에서 저희들이 생각하는 개편안은 있다. 하지만 기대하는 만큼 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기대하는 것의 반이나 성공하면 다행이라는 심정이다. 아직까지는 단순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행정자치부와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기대만큼 되지는 않겠지만 열심히 해나갈 계획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식 후 정부 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