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지방선거 1년을 앞두고 여야 대선주자급 현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향후 진로 선택에 관심이 모인다. 여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야권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거론된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각 지자체장들은 내년 지방선거 재도전과 중앙 정치 복귀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개헌 등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차기 대선은 오는 2022년 3월9일에 치러진다. 공직선거법에 대선은 ‘대통령 임기 만료 전 70일을 지나 첫 수요일’에 치른다고 규정돼 있다.
만약 각 지자체장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도전을 선택하면 2022년 6월 임기가 만료돼,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과 대선이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다. 즉 정치적 공백기 없이 대선을 준비할 수 있다. 여기에 박 시장과 안 지사는 민주당 최초 해당 지역 3선 지자체장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된다.
그러나 서울시장을 제외하고 다른 지자체장의 경우 대중과 언론의 관심에서 일부 비껴나 있고 중앙 정치와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과거 한 국회의원 출신 지자체장은 사석에서 “열심히 노력을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유배 온 기분”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을 통해 전국구 정치인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렸던 박 시장, 안 지사, 이 시장의 정치적 존재감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현역 지자체장의 한계이기도 하다.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나 6·10민주항쟁 기념식 등에 참석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수준이다. 대신 문재인 대통령이 발탁한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김부겸·김영춘 장관 후보자들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또한 중앙 정치권내 지지세력 구축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문 대통령의 승리로 끝난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만 봐도, 유력 경쟁상대였던 박 시장, 안 지사, 이 시장 모두 후보자 개개인의 자질이 크게 떨어졌다기보다 중앙 정치 경험과 당내 세력 부족이라는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정치권의 평가가 많다.
18대 대선 주자였지만 중앙정치 초년병이었던 문 대통령은 1년간의 당 대표 생활을 통해 정치내공을 키웠고 당내 지지기반을 다졌다. 또 대중의 관심 역시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다. 결국 ‘포스트 문재인’을 꿈꾸는 지자체장들이 5년 뒤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여의도 중앙 정치의 경험이 일정부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단 각 지자체장들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연말연초 상황을 보고 이야기 하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재도전과 새로운 도전이 가져올 손익계산에 분주하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재선 광역단체장인 박원순 시장과 안희정 지사의 경우 3선 도전보다 중앙 정치에 진출해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기초단체장인 이재명 시장은 경기지사나 서울시장 등 광역단체장으로 체급을 올리거나 원내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야권의 잠룡 남경필·원희룡 지사는 아직 초선 지자체장이기에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만약 여야 지자체장들이 내년 중앙정치에 진출한다면 6·13 보궐선거가 그 무대로 유력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대권 도전으로 공석이 된 서울 노원병, 지자체장 도전을 위해 직을 내려놓는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등이다. 2020년 총선을 통한 원내진입은 2년이라는 공백기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과의 기간이 짧다는 한계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9일 오후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시민들과 함께하는 대선개표방송에 참석해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 문재인 당선인,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추미애 당대표.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