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이대 비리' 최순실·이대 교수 대거 실형 선고(종합)

최씨 징역 3년·최경희 김경숙 2년 등 유죄 인정
"'빽도 능력',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생기게 해"

입력 : 2017-06-23 오전 11:45:49
[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정유라씨 이화여대 입학·학사 특혜 비리에 연루된 최순실씨와 이대 교수들이 대거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김수정)는 23일 최씨와 최경희 전 이대 총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 6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최씨에 대해 청담고 관련 각 위계공무집행방해, 청담고 관련 뇌물공여, 청담고 관련 공무집행방해,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 관련 각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다만 사문서위조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 최씨에게 내려진 첫 선고다.
 
재판부는 "최씨는 자녀인 정씨가 체육특기자 앞으로 성공하기 위해 법과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무조건 배려받아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과 그릇된 특혜의식이 엿보였다. 자녀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하기엔 자녀에게 너무나도 많은 불법과 부정을 보여줬다"며 "급기야 삐뚤어진 모정은 결국 자신이 그렇게 아끼는 자녀마저 피고인의 공범으로 전락시켰다. 자녀를 위해 많은 사람이 원칙과 규칙을 어기고, 공평과 정의를 저버리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씨 범행으로 인하여 국민과 사회 전체에 준 충격과 허탈감은 그 크기를 헤아리기 어렵고, 누구든지 공평한 기회를 부여받고, 누구든지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면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결과를 얻으리라는 믿음 대신 '빽도 능력'이라는 냉소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우리 사회에 생기게 했다"며 "피고인 범행이 가져온 결과가 상당히 중함에도 피고인은 공소사실 중 상당 부분을 부인하면서 '만연했던 관행'을 내세우며 자신의 잘못을 희석하려고 하는 데 급급했다"고 봤다.
 
하지만 "피고인은 정씨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공소사실 중 일부는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친다는 취지의 의사를 밝혔고, 결국은 자신과 자녀 때문에 이 법정에 같이 서게 된 나머지 피고인들을 비롯한 이대 교수, 재학생 등 관계자 모두가 큰 고통을 받게 되어 참담한 심정이고 자신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최 전 총장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은 각각 징역 2년, 남궁 전 처장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명문 사학' 교육자들이었던 피고인들은 부정한 부탁에 의연하게 맞서기는커녕 정씨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애쓴 흔적들은 국민 전체에 커다란 상처와 분노를 낳게 했다"며 "비단 어떤 한 사립대학의 입시전형이나 몇몇 교수에 관한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의 범행은 누구나 자신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믿음을 뿌리부터 흔들리게 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와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에게 각각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음에 따라 석방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 자체가 가져온 결과가 상당히 중할 뿐만 아니라 그 죄질이 상당히 좋지 못하다"면서도 "부당한 학사 특혜를 실행하게 되었다는 점을 크게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판결했다.
 
앞서 특검은 지난달 31일 결심 공판에서 "비선 실세와 그릇된 지식인들의 교육 농단 사건이다. 피고인들이 저지른 범죄행위의 중대성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최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하고 최 전 총장은 징역 5년, 남궁 전 처장은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김 전 학장도 징역 5년을 구형받았고 이 교수와 류 교수는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최씨는 이대 입학 면접위원과 담당 교수에게 정씨에게 특혜를 제공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최 전 총장과 남궁 전 처장은 정씨 입학을 돕거나 학사 과정에서 부당한 특혜를 담당 교수들에게 지시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됐다. 이 교수와 류 교수는 자신의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 시험도 치르지 않은 정씨에게 학점을 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번 특혜 의혹 당사자인 정씨는 2일과 18일 각각 위계공무집행방해·업무방해 등 혐의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최순실(왼쪽)씨와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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