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오는 28일부터 내달 1일까지 이어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청와대는 한·미동맹 강화와 양국 정상 간 유대관계 구축을 위해 막판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25일 별도의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청와대 경내에서 방미일정 준비에 매진했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주요 수석·보좌관들도 회의를 열고 방미관련 주요 사항을 점검했다.
문 대통령에게 이번 미국방문은 단순히 외교무대에 첫 발을 내딛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전임 박근혜 정부 당시 주변국들이 한국을 빼놓은 채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까지 나온 가운데, 문 대통령이 외교무대에서 어디까지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상황은 간단치 않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으로 미국 내 대북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문 대통령 방미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웜비어 사망 직후 유족에게 조전을 보내 위로의 뜻을 전하는 한편 “북한의 잔혹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메시지를 내놨지만 아직까지 효과는 미지수다. 미국 측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 22일 “잔혹한 북한 정권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최고의 위협”이라고 말하는 등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북한 핵·미사일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 등 양국 간 현안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업가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의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 등 압박을 통해 대화 주도권 장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반면 양국 간 첨예한 쟁점을 논의하더라도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가운데 전향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국 모두 정권수립 초기인데다 대외정책의 세부적인 기조가 다듬어지지 않은 만큼 협력관계를 다지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기간 중 백악관 환영 만찬을 준비한 것도 문 대통령을 배려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이를 통해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상호 이익이 되는 결론을 만들겠다는 미국 측의 희망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백악관을 방문한 외국 정상에 공식 환영만찬을 베푼 적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임 정부에서는 한·미 정상 간 오찬회동만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후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 T1경기장에서 열린 '2017 무주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