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임금체불’ 논란…현대건설 ‘난감’

대청공영 해체정비팀, 5개 현장 미수금 21억5700만원

입력 : 2017-06-29 오전 6:00:00
현대건설(000720)이 하청 근로자들의 ‘임금체불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미 공사대금을 지급했으며, 협력업체가 파산함에 따른 임금을 원청에 요구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청공영 해체정비팀 건설 근로자들이 현대건설 현장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대청공영
 
이 논란의 발단은 전문건설사인 대청공영이 현대건설의 협력업체로 아파트 현장의 골조공사를 맡은바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기준 대청공영은 현대건설이 공사 중인 ▲창원 감계 힐스테이트 2차·4차 ▲세종 힐스테이트 2차 ▲가락시영 힐스테이트(재건축) ▲파주 힐스테이트 운정 등 총 5개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했다.
 
시공능력평가액 1105억원으로 줄곧 대전지역 전문건설사로 이름을 날린 대청공영이 지난 2015년부터 급격히 경영난을 겪으면서 사세가 하락했다. 결국 지난해 9월 자금압박에 시달리던 대청공영 사장이 자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대건설 현장에서 일한 대청공영의 해체정리팀 근로자들은 21억5700만원(5개 현장)에 이르는 임금을 수개월째 받지 못해서 생활고에 빠지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입장이다. 대청공영의 ‘현장별 공사대금 및 미수금 내역’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창원 감계 2차(미수금 9억3752만원)·4차(3억6130만원) ▲세종 2차(5억748만원) ▲가락시영(2억7628만원) ▲파주 운정(1억4133만원) 등이다.
 
대청공영의 현장별 공사대금 및 미수금 내역. 자료/대청공영
 
현장마다 해체정비팀은 30여명이 근무했고, 총 150여명이 고정 근로자로 등록돼 일을 해왔다. 해체정비팀은 대청공영 소속이지만, 일이 있을 때만 현장에 투입되는 일용직이나 다름없다. 대청공영 해체정리팀 근로자들은 현대건설이 다른 건설사와 달리 대청공영 사태로 인한 체불임금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체정비팀 피해 근로자는 “대청공영의 원청인 대림산업(000210)은 체불임금 전체의 90%를 지급했고, 삼성물산(000830)은 96.3%, 포스코건설 80%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면서 “현대건설을 제외한 모든 건설 현장에서 체불임금에 대해 원청이 앞장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근로자 역시 “대청공영이 하도급 건설 근로자들에 노임이 수개월째 체불되고 있는 걸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공사대금을 집행했다”면서 “원청인 현대건설은 대청공영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은 기성에 따라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은 하도급 근로자들의 임금체불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또 대청공영의 경우 도의적 책임을 통감해 건설 근로자의 고용승계는 물론 체불임금까지 보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대금 지급을 미룬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에 우리도 난감한 상황”이라면서 “집회 참가 근로자에 대한 고소·고발은 절대 괘씸죄고 아니고, 공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원활한 공사를 위한 조치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일부 현장에서 목수팀, 철근팀, 콘크리트팀 등 건설 근로자들에게 체불된 일부 노임을 주고, 고용승계도 약속하면서 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해체정리팀의 경우 용역업체 등의 이유로 임금체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해체정비팀 근로자는 “집회를 앞장선 해체정비팀만 노임을 받지 못했는데, 원청인 현대건설에 대들어 괘씸죄에 걸린 것 같다”면서 “현대건설 계동과 창원, 가락, 세종에서 집회를 했고, 법무팀에서 10명을 업무방해 및 기물파손 등으로 고소·고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8명은 무혐의 판결이 났고, 2명은 오늘 재판이 열려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대청공영 해체정비팀 건설 근로자들이 현대건설 공사 현장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청공영
 
현대건설은 지난 4월에도 경기도 광주 태전 힐스테이트 1, 2차 현장에서 협력사인 누리비엔씨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도산하면서 최종 부도 처리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누리비엔씨의 건설 근로자 200여명이 체불임금을 받지 못했다.
 
하도급 건설사의 파산으로 인한 하청 근로자들의 임금체불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를 도입했지만,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지 오래다. 건설사들이 지급보증서 발급을 꺼려 발급률 자체가 20%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보증 의무를 면제해주는 ‘예외조항’을 빌미로 법망을 피해 다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간 하도급 건설사가 도산할 경우 남겨진 재산에 대한 우선권이 해당 건설사 직원들에게 있어 최하위 근로자까지 챙겨줄 여력이 없다"며 "이 같은 사태는 건설업계의 고민꺼리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원만한 해결점을 찾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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