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여의도 정치권은 3일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청문회 정국’을 재개한다. 지난 주 청문회를 마친 김상곤 교육부·송영무 국방부·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문제와 맞물려, 여야간 수 싸움이 치열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여당은 각 후보자들의 개혁의지와 정책역량 검증에 주력하고, 야당의 부당한 정치 공세에는 선을 긋는다는 방침이다. 야당은 후보자들의 도덕성과 사상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 각 후보자들은 청문회장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충실히 해명하겠다는 자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3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김은경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진행한다. 김 후보자는 용역보고서 자기표절, 연구실적 부풀리기, 아들의 희망제작소 연구원 특혜 채용 등의 의혹이 제기돼 있다. 정책분야에서는 ‘4대강 재자연화 사업’ 등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4일에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각각 실시한다.
정 후보자의 경우 개인적 흠결은 크게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2007년 ‘시민의신문’ 이사재직 당시 내부 성추행 사건 합의를 종용한 의혹과, 2010년 참여연대 공동대표 시절 ‘천안함 사건’ 의혹 제기 등이 주요 공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에서는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 등이 주목된다.
LG CNS 부사장 등을 역임한 유 후보자는 자녀들의 LG계열회사 특혜 취업 논란과 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제기돼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와의 친분도 야당의 집중 공세 대상으로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측은 “유 후보자는 한때 노건호씨 회사(LG전자) 상사로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면서 유 후보자가 그 친분 덕에 노무현 정부에서 승승장구하고 문재인 정부 장관 후보자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정책에서는 4차 산업혁명 대응방안, 가계통신비 인하 문제,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평가 등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김은경·정현백·유영민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야권이 ‘부적격 3종세트’로 지목한 김상곤·송영무·조대엽 장관 후보자 등의 낙마를 위해 큰 문제가 없는 후보자들은 순순히 통과시켜 일종의 명분축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달 28일 송영무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여야의 치열한 공방 속에 자정까지 이어졌고, 30일 조대엽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자정을 훌쩍 넘겨서 진행됐다. 김상곤 후보자 청문회는 아예 차수를 변경해 29~30일 ‘1박2일’로 진행하는 등 세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반대 목소리는 높다. 이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는 사실상 채택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야당의 부적격 의견을 수용할 가능성보다는 임명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국민여론이 후보자들에게 크게 부정적이지 않다는 이유가 꼽힌다. 앞서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장관 임명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고 밝혔고,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는 참고사항”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지난 6월 내내 인사청문회 정국이 이어지면서 야당의 거센 공세가 계속됐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0%안팎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민주당 지지율 역시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야당 지지율은 한 자리수로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즉 야당의 공세가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지난 3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후보자들을 상대로 제기됐던 의혹과 논란은 인사청문회에서 대부분 해명됐다. 새로운 결정적인 하자는 나오지 않은 것 같다”며 “오히려 국방개혁을 가로막으려고 했던 보이지 않는 손의 움직임이 포착됐고, 색깔론과 종북몰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보수정당의 구태만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염동열 사무총장과 국회 환노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