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제약업계 1위
유한양행(000100)이 의약품 매출액 1200억원 규모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을 판매하게 됐다. 증권가에선 신약 독점판매로 유한양행에 500억원 이상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약 도입 효과로 올해 제약업계 최초로 1조5000억원 매출을 돌파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와 C형간염치료제 '소발디'와 '하보니(소발디+레디파스비르 복합제)'의 국내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소발디는 C형간염의 완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혁신적인 신약이다. C형간염 치료율이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기존 치료제보다 부작용 발현도 낮다는 것도 장점이다. 소발디와 하보니는 국내서 지난해 5월 급여 출시된 이후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소발디와 하보니의 매출액은 지난해 약 1200억원 규모다. 소발디가 1000억원, 하보니가 200억원가량 팔린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유한양행 지난해 전체 매출액(1조3208억원)의 100분의 9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유한양행이 소발디와 하보니를 팔아서 얼마의 매출을 올릴지가 관심사다. 증권가에선 "유한양행이 소발디와 하보니를 도입해 약 500억원 이상 신규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3207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1조174억원), 2015년(1조1287억원)에 이어 3년 연속 1조원을 넘어섰다. 전문의약품 사업부 매출은 2016년 8368억원을 기록했다. 신약 도입 효과로 올해에는 95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해외사업(2016년 2522억원), 일반의약품(1069억원), 생활건강(1022억원) 등 사업부의 성장률을 감안하면 올해 1조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한다.
명실상부 유한양행이 제약업계 장기독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도입약 의존도가 높아 판권회수 시 매출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다. 자체 개발 제품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래 먹거리가 될 신약 파이프라인이 약하다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신약들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길리어드의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1170억원)', 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치료제 '트라젠타(900억원)',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8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전체 매출 대비 상품매출 비중은 74%에 달한다. 매출에서 자체 개발 제품 비중이 낮다는 의미다. 상장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상품매출 비중이 4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업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업계 1위 제약사지만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약 도입은 판권회수의 위험이 내포한다. 검증된 글로벌 신약을 들여와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영업권이 이양되면 매출이 한번에 증발할 수도 있다. 단순 유통에 불과해 수익률은 낮다는 것도 한계다.
R&D 투자 비용도 상위사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R&D 비용은 850억원이다. 매출액 대비 R&D 비용은 6.5% 정도다. 상위 제약사들의 매출액 대비 R&D 비용은 10% 이상이다. 유한양행은 부족한 신약 R&D 파이프라인을 오프이노베이션 전략으로 보완하고 있다. 유한양행이 지난 5년 간 바이오업체 등에 공동개발을 목적으로 투자한 금액은 약 12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업계 1위로 제약업계를 리드하는 상징적인 업체"라며 "대형약물 도입으로 매출이 크게 늘어나지만 도입약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것은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