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근절, 윤리경영 문화 확산 앞장"

(피플)유근혁 영진약품 변호사
CP, 선택 아닌 필수 '강조'…"장기지속 위한 시대적 흐름"
"바른기업 이미지 오히려 기회될것…의약품 선택 영향 주는 시대 올 것"

입력 : 2017-07-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리베이트 근절과 클린영업은 제약업계 화두다. 의약품을 구매해주는 대가로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불법 리베이트는 관행이라는 이유로 수년 동안 지속됐다. 리베이트 비용은 약값에 반영돼 환자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지적이다. 현재 제약업계는 불법 리베이트를 척결하는 과도기 단계에 있다는 평가다. 투명성을 강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제약사들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자정 노력에 힘쓰고 있다. 영진약품은 클린영업의 모범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바른기업'은 영진약품의 경영이념 중 하나다. 유근혁 Legal & Compliance(법무&준법)팀 변호사는 영진약품에서 공정거래 자율준수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윤리경영 문화 확산에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CP(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Compliance Program)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다. 지속성장을 위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영진약품(003520)의 CP는 대기업 수준으로 강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직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기 일쑤였다. 급작스럽게 강화된 규정이 오히려 영업활동을 규제한다는 반발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유근혁 영진약품 변호사의 답변은 한결같다.
 
유근혁 변호사는 영진약품의 CP 실무자다. 그는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기업법무를 공무하던 법학도일 때부터 제약산업에 큰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리베이트 근절과 준법 경영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자연스럽게 제약사에 눈을 돌리게 됐다. 자정 노력을 하고 있는 제약업계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2014년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 영진약품에 입사했다. 영진약품은 CP를 주도할 인물을 물색하는 차였다.
 
지난 1년반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었다. 준법경영을 위해 CP 제도와 규정을 정비했다. 부서교육, 설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운영했다. CP 위반 여부를 문의하는 전화를 받은 것도 수백통이다. 본의 아니게 회사 악역 역할도 맡게 됐다. 강화된 규정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높았기 때문이다. 유 변호사에게 원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영진약품은 거래처 식음료 제공, 임상시험 지원, 법인카드 사용 등 CP 규약을 100% 준수하고 있다. CP 교육을 나가면 다른 국내사들은 이렇게까지 하지 않는다라고 불만을 듣곤 한다. 강도 높은 CP 규정은 국내사의 여건과 맞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복제약 위주의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지나친 규제는 마케팅과 영업부의 위축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CP에 대한 그의 생각은 확고하다. CP는 반드시 지켜야 할 법규라는 것이다. 영업활동을 규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한다. 제약업계에 만연해 있는 리베이트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제약업계에 리베이트가 끊임 없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제약사 스스로가 변화해야 한다.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 회사 장기지속과 신뢰감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있어야 한다. 내가 배고프다고 도둑질이 사회적으로 합리화되지 않듯이 내가 약을 팔아야 한다고 법을 어기는 게 인정되지 않는다."
 
CP를 강화하면 단기간에 영업·마케팅의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 영진약품은 다양한 영업·마케팅 방안을 개발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개원가 아카데미가 대표적이다. 개원가 아카데미는 의료기기 사용법, 전문가 초빙 최신 강의 등 의료진 대상 공익적, 학술적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회사 구성원이 함께 고민하면 얼마든지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새로운 프로모션 방안을 창출하고 회사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CP 강화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향후 의료진과 소비자의 의약품 선택에 제약사의 윤리경영 여부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제약업계 리베이트 감독과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다. 2010년 리베이트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를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 2014년에 2번 이상 리베이트로 적발되면 보험급여에서 퇴출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도입됐다. 지난해 12월엔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료진 벌칙이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 조정됐다.
 
최근 제약사가 의료인에게 법으로 허용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경우 해당 내역을 보고서로 작성하고, 이를 5년간 보관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공포했다. 내년 1월1일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간다. '선샤인 액트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은 의약품과 의료기기 거래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의 자정능력을 제고하는 게 목적이다.
 
"제약사뿐만 아니라 의료진을 대상으로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책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소비자의 의약품 정보 접근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의료진이 약을 처방하거나 조제할 때나 소비자가 약을 구매할 때 제약사의 CP 등급에 관심을 가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제약사의 CP 이미지가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CP 강화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영진약품의 CP 문화 확산에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CP 등급을 획득하면 회사 내 자율준수 분위기가 좀더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진약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는 CP 등급평가를 7월 중순에 신청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평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욕 안 먹고, 질문 없는 CP팀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욕을 먹기 싫고, 질문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욕을 많이 먹고, 수많은 질문을 듣는 게 당연한 CP 업무다. 전 직원이 CP는 꼭 필요하는 제도구나라고 인식이 확대돼 불평이 없어지고, CP 규정과 행동강령이 생활화돼 질문이 필요 없는 때가 와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는 과도기적 단계로 본다. 1~2년이 지나면 CP 문화가 좀더 확산되고, 3년이 지나면 직원 스스로가 당연히 지켜야 하는 행동강령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회적으로 공정규약을 자율준수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한다. "제약산업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높은 윤리경영과 준법경영 가치가 요구된다. 제약업계와 의료계가 스스로가 노력하면 머지않아 CP와 클린영업이 완전히 자리잡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유근혁 영진약품 변호사가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CP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영진약품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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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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