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 협상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미·일 연합'의 이면계약 내용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웨스턴디지털(WD)도 법적 분쟁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초 예정보다 매각 계약 체결이 늦어지면서 매각 대상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그러나 양사 모두 시너지가 큰 협상이 될 것이라며 최종 계약을 자신했다.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지난달 21일 SK하이닉스와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컨소시엄,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정책투자은행(DBJ) 등으로 구성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28일 주주총회 이전에 매각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매각 협상은 당초 예정보다 한참 늦어져 현재까지도 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매각 협상이 지연되는 배경에는 당초 단순 융자 제공자로 참여키로 한 SK하이닉스가 의결권을 요구한 것에 대한 의혹으로 협상에 진통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에 자금을 융자하는 형태로만 참여키로 했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도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에 자금을 융자하는 형태로만 참여한다"며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부문에 의결권을 가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기술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SK하이닉스가 베인캐피털이 보유하게 될 도시바메모리의 지분 일부 또는 전부를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의결권 요구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그 동안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반대하는 미국 반도체기업 웨스턴디지털(WD)의 법정 다툼도 매각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 WD는 도시바의 메모리사업부 입찰에 대한 독점교섭권을 주장하면서 지난달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매각 중단 명령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도시바도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반론서를 제출하고, 도쿄 지방재판소에 부정경쟁행위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명령 신청과 1200억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은 오는 14일 심리에 나설 예정이며, 법원 판단에 따라 도시바 반도체 매각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매각 대상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요구와 WD의 법정 공방이 매각 협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 내부에서 새로운 참가자를 받거나 기존 협상 조건을 대체할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SK하이닉스 등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메모리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계약 체결이 늦어지면서 도시바가 매각 대상을 바꿀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SK 관계자는 "도시바 인수 계약은 양사 모두 반도체 산업 비즈니스 측면에서 윈윈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