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1. 올해 76세로 서울 용산구 용문동에 살고 있는 A씨는 2014년 초기 치매 판정을 받았지만, 지난해부터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공근로로 골목에 쓰레기를 줍는 환경정화 일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방문간호서비스를 받다가 지난해부터 쉬는 날이나 일 없을 때 용산구치매지원센터(센터)에 나와 인지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치매 초기라도 가끔 청소했던 골목 깜빡하는 정도 외에는 일에 지장은 없어 주민들로부터 고맙다고 칭찬도 꽤 듣는 편이다. 일하는 것이 적성에 맞아서인지 센터의 인지프로그램 효과인지 집에 혼자 있을 때보다 기분도 좋고 치매도 악화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 중이다. A씨는 “지저분한 골목을 청소하면 기분이 좋다”며 “집에만 있으면 우울한데 시켜만 주면 건강이 괜찮을 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2. 2010년 센터가 생길 당시부터 원년멤버이자 단짝인 B씨(83·여)와 C씨(79·여)는 모르고 대화를 나누면 치매 초기라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건강하다. 많은 프로그램 중에서도 꽃꽂이교실(원예)이 가장 재미 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멀리 사는 자식·손자가 오는 것 보다도 센터 오는 게 더 좋다며 일주일에 1~2일 센터 오는 날만 기다린다. 센터 원년멤버다보니 강사나 작업치료사 등이 바뀔 때면 슬픈 마음을 감추지 못하지만, 새로 온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친절하다며 어느새 잘 지내곤 한다. 이들 역시 이미 판정을 받은 지 수 년이 지났음에도 치매 초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B씨는 “나이 먹은 노인들한테 재밌는 것도 친절하게 잘 가르쳐 줘 센터에 오면 대접받는 기분”이라며 “운동도 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니 센터 안 다녔으면 금방 늙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에는 지난해 471명의 어르신이 이용했다. 이 중 초기 치매 118명, 고위험(경도인지장애) 115명, 정상 238명이다. 검진 과정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나이가 많을 경우 치매가 발병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인지 프로그램을 이용하며, 상태 악화를 막고 치매를 예방한다. 인지프로그램은 작업치료사와 전문강사 등이 작업치료, 운동치료, 한글교실, 역사교실, 노래교실, 음악치료, 원예치료 등을 치매·고위험·예방, 그리고 상태에 관계없이 다 함께 참여하는 혼합까지 총 35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환자의 상태와 취향에 맞춰 프로그램을 구성하며, 그룹별로 진행하기 때문에 기억력과 집중력은 물론 사회성을 길러 치매를 악화시키지 않는데 도움을 준다. 용산구치매지원센터가 서울시 치매관리사업 평가에서 6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것은 이런 전문적인 관리 덕분이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걸면서 센터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이전에는 관심이 덜하던 동부이촌동과 한남동의 고학력 노인들도 먼저 센터에 문의전화를 하고 방문해 검진을 받으면서 '격리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치매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바뀌는 모습이다.
센터 관계자는 “최근에는 50대 초로기 치매 환자도 이용하는 등 비약물 치료로써 센터의 인지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며 “인지프로그램을 통해 치매 어르신의 상태를 유지하고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용산구치매지원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작업치료로 우산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