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부터 이어진 7박11일의 ‘외교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10일 귀국했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는 논평을 낼 만큼 만족스런 국제무대 데뷔전을 가졌지만, 귀국한 문 대통령 앞에 놓인 국내·외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하루 특별한 외부일정은 잡지 않고 휴식을 취하며 국정현안을 점검했다. 당장 눈앞에 닥친 것은 조대엽 고용노동부·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다. 문 대통령은 독일 출국 전 국회에 10일까지 두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지만 처리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법적으로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은 국회의 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장관 임명을 단행할 수 있다. 그러나 야3당은 한 목소리로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강행된다면 7월 임시국회도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며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을 사실상 볼모로 잡고 있다.
추경은 그 성격상 적시에 처리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된다. 늦어도 7월 임시국회에 통과돼야 편성 의미가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이 핵심인 정부조직법 역시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경제정책의 ‘컨트롤 타워’를 세우는 일로 시급을 다투는 문제다. 이외에도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부동산 문제, 일자리 창출 등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할 민생 이슈들이 산적하다.
두 후보자 임명에 대해 정부여당 내부에서는 강행 여론이 일단 우세하다. 야당과의 협치는 물론 중요하지만 새 정부 출범 2달이 되도록 내각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은 결국 야당의 반대와 정치적 공세가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인식이 많다. 장관 17명 중 6명을 임명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18일 만에, 박근혜 정부는 출범 52일 만에 초대 내각 구성을 마무리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야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거세게 반발했지만 두 사람은 취임 후 활약으로 반대여론을 무마시켰다”며 “조대엽·송영무 두 후보자 역시 일단 임명하고 취임 후 성과로 여론의 평가를 받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야당에게 일종의 회군 ‘명분’을 줘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적 판단을 할 시점이 왔다”며 “둘 중 한 명을 내주거나 임명을 단행하더라도 야당을 더 설득하는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원내 관계자도 “두 명 중 한 명을 지명철회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해석할지 제일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런 상황이 되면 의총을 열어 결정해야 한다”면서 여운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야당 지도부를 청와대에 초청해 미국 순방과 G20 정상회의 성과 등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외교성과의 공유가 가장 큰 목적이지만, 국정운영 전반을 두고 야당의 협조를 요청하고 교착된 정국상황을 푸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 대통령은 성공적인 해외 순방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 이후 지난 7개월간의 외교공백을 수습하고,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문제 주도권을 재확인 했지만 다양한 외교 현안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우선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독일 출국 전날 ICBM(대륙간탄도탄)급 신형 미사일 ‘화성-14호’를 시험 발사하며 노골적인 도발을 감행했다. 문 대통령은 방독 기간 중장기 평화구축을 위한 ‘베를린구상’을 통해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지만 북한의 반응은 불명확하다.
여기에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는 살아있는 불씨다. 중국과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하다. 일본과의 관계 역시 한일 위안부 합의 등 과거사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독일 방문과 G20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10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