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예상대로 증언을 전면 거부했다.
이 부회장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 최순실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10여분 남짓 증언대에 섰지만, 핵심 증언 없이 그대로 돌아갔다. 이 부회장은 증언 초기 재판부에 "원활한 재판 운영에 도움을 못 드려 대단히 송구하다. 진실 규명을 위해 모든 질문에 성심껏 말하고 싶은 게 진심이지만, 변호인 조언에 따라 증언하지 못할 거 같다"고 밝혔다. 이후 이 부회장은 재판부에 "검찰 측 질문에 제가 어떻게 도움을 드려야 하나"라고 조언을 구했다.
이에 재판부가 "증인 혐의와 관련된 질문이라고 생각하면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하고 아니면 증언하면 된다"고 밝히자 이후 이 부회장은 이에 맞춰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015년 12월29일부터 지난해 11월18일까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100여 차례 주로 문자로 연락하다가 최 회장의 박 전 대통령 독대 당일 유일하게 265초간 전화 통화했는데 어떤 내용인지 기억하느냐"고 묻자 "죄송하다.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뒤를 이어 이 부회장은 검찰과 특검 측이 "전화 통화를 나눈 이유를 설명해달라", "최 회장에게 박 전 대통령 독대 관련 이야기를 한 게 아니냐"는 거듭된 물음에 모두 "죄송하다. 증언을 거부하겠다"고만 말했다. 검찰과 특검 측이 "증인을 포함해 삼성 고위직 임원이 동시에 증언을 거부한 것은 사전에 증인과 협의하고 증인의 지시 따라 거부하기로 한 게 아니냐"고 추궁하자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신문이 끝나고 이 부회장은 반대 신문에 대해 답변할 의사가 있느냐는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 물음에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 부회장에 대한 이 재판 증인 신문은 그대로 종료됐다.
이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증인 신문이 이어졌지만, 이들도 증언을 거부하며 재판이 조기에 종료됐다.
한편, 이날 피고인으로 나올 예정이던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이날 공판에 불출석했다. 재판 시작 후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왼발을 다쳤다. 걷는 데 통증이 있어 재판에 나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나오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이 부회장과 법정에서 마주치지 않았다.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