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돌 '정지선호' 두번째 경영시험대

현대백화점그룹 내실화 이끈 성과…'만년3위' 꼬리표 못 뗀 '실리경영' 숙제

입력 : 2017-07-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취임 10년째를 맞아 도약을 모색중인 정지선 현대백화점(069960)그룹 회장이 올 초 신년사를 통해 밝힌 일성이다. 정 회장은 31세의 젊은 나이에 그룹 부회장 자리에 오르며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2007년 회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나이도 36세에 불과했을 정도다.
 
정 회장은 '유통 빅3' 오너중 가장 '젊은피'에 해당됐지만 경영스타일만큼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실리경영'에만 치중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 회장의 '실리경영'은 내실 중심의 효율적인 투자로 이어져왔고 그룹의 성장을 견인했다.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업계가 잇따른 해외진출에 나설때에도 정 회장은 내실에 주력했다. 이로인해 해외매출 비중이 타 유통사 대비 미미하지만 안정적인 성장에 주력할 수 있었다.
 
이같은 노력은 부채비율 등 리스크를 줄이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실제 현대백화점그룹의 부채비율은 34.6%에 불과하며 재계 최상위권이며, 지난해 차입금 규모도 1년새 30%나 감소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같은 경영기조가 내실을 다지는데에는 기여했지만, 치열한 유통가 경쟁 속에 다음단계로 퀀텀점프 하는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유통가 라이벌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공격적 경영에는 밀릴 수밖에 없었고, 유통 빅3 중 '만년 3위'의 꼬리표를 유지하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문제를 인식한 정 회장은 최근 사업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그룹 내 부족한 제조업 기반을 갖추기 위해 노력중이다. 지난 4월엔 SK네트웍스가 가지고 있던 패션 사업부문을 인수해 한섬의 해외 패션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세계적 리빙브랜드 윌리엄 소노마를 입점시켰고, 현대홈쇼핑의 자체상품(PB)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은 내수악화에 따른 유통업계 장기 불황에 대한 해답으로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 생활용품 등을 활용해 집을 꾸미는 '홈퍼니싱'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판시장 1위 타이틀을 넘어 고속성장하는 홈퍼니싱을 성장동력으로 삼은 것이다. 국내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10조5000억 원에서 오는 2023년까지 18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현대백화점그룹의 성장동력이 될지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정 회장의 이같은 사업체질 개선 노력은 그가 공언한 '비전 2020' 달성을 판가름 짓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2010년 '비전 2020'을 선포하고 2020년까지 현대백화점그룹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가구제조업체 리바트와 패션기업 한섬을 인수한 것도 비전 달성을 위한 행보였다.
 
한편 악재를 맞은 현대백화점그룹의 면세점 사업도 숙제가 될 전망이다. 정 회장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면세점사업을 놓고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사드 리스크와 맞물려 언제 개장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말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입지로 내세워 처음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현대백화점이 지분 100%를 출자해 설립했다. 정 회장은 면세점을 현대백화점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았는데 이런 상황변화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정지선 회장이 지난 10년간 현대백화점그룹의 내실을 다져왔다면 이제는 한단계 더 도약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며 "보다 공격적인 경영기조와 면세점 사업의 정상화가 정 회장 체제의 순항을 이끄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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