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원자격 완화됐지만 여전히 중학교 내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자사고에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오영훈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서울소재 자사고 23곳 신입생들의 중학교 내신 성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20% 이내 학생들이 자사고 신입생의 38.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 내신성적을 상위 50%로 확대하면 전체 자사고 신입생의 77.8%를 차지해 '1.5배 추첨+면접'전형으로 변경된 이후에도 우수학생의 자사고 쏠림 현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013년 자사고 지원자격이던 중학교 내신성적 50% 이내 조건을 폐지했다.
사걱세는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한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사걱세는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공약 단계 때부터 '부에 따른 교육격차'와 '기타 고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뜨거웠다"며 “우수한 학생들이 빠져나가 대다수의 일반고를 황폐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걱세는 이날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도입단계부터 예견됐었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우선 "일반고 신입생과 자사고 신입생들의 중학교 내신 성적 격차는 상위 20%와 하위 50%만 따로 살펴봐도 더욱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자료에 따르면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20% 이내의 자사고 신입생은 일반고보다 2.1배 많았다. 내신 성적 하위 50% 비율은 일반고가 전체 신입생의 절반인 49.7%에 달하는데 반해, 자사고는 22.8%에 불과해 일반고가 자사고보다 2.2배 많게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자사고 지원자격을 주던 2014년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또 1.5배 추첨과 면접 적용 시점인 2015학년도 이후 역시 중학교 성적 50% 이상 학생들이 자사고 신입생의 77%~81%를 차지했다.
아울러 이들은 교육의 다양성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자사고가 국영수 주요 과목을 무리하게 편성했다고 지적했다. 사걱세는 "이명박 정부에서 말한 '학교 교육의 다양성'이란 가치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실제 자사고에서 교육의 다양성이 이뤄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자사고들은 ▲수준별 수업의 실질적인 운영 ▲학생선택중심 교육과정 등 총 29개의 다양성 평가 기준 중 평균 6개만 충족하는데 그쳤다. 다양화에 역행하는 8개 평가 기준 중에서도 평균 3.25개를 위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걱세는 "2015년 재지정평가를 받았던 21개의 자사고 자료 분석 결과에서도 자사고들의 전체 수업시간 중 국영수 비율은 4년간 평균 54.7%였다"며 "전체 수업의 최대 66.9%를 국영수로 편성해 수업의 2/3를 국영수로만 채운 자사고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교육개혁을 공약한 만큼 자사고를 폐지해 현행 고교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걱세는 "자사고를 인정하는 건 과거 MB정부의 고교정책을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정부와 17개 시·도교육감들은 서로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말고 특권학교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4일 오전 서울시 교육청 정문 앞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한국YMCA전국연맹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특권학교 폐지 촛불시민행동' 출범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