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사이에 둔 여야 대치가 길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추경안 통과를 정치권에 호소하고 여당도 타협안을 내놓았지만, 야3당이 ‘공무원 증원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월2일까지 협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여야4당 대표를 만나 “5당 체제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국운영에 아주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며 “추경이 어느 정도 타협이 되면 서로 100%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처리를 해주시면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야당의 대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또 문 대통령은 소방관, 경찰관, 집배원, 보육교사 등을 제외한 일반 공무원 늘리는 것에는 자신도 반대한다며 야당 체면 살리기에 나섰다.
당초 여야는 이날 오전 교섭단체 4당 예산결산특위 간사 회동을 갖고 추경안 절충점을 모색하기로 했다. 절충점을 찾으면 예산안 조정소위를 속개하고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간사 회동에서부터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줄줄이 파행’이 이어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핵심 쟁점사안인 공무원 증원 예산 80억원을 추경에서 삭감하고 대신 본예산 목적예비비 500억원을 우회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 통과를 전제로 정부조직법의 쟁점인 ‘환경부 물관리 일원화 방안’도 야당 주장을 수용해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야3당은 80억원 추경편성은 물론 공무원 증원을 위한 본예산 예비비 사용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야당의 완고한 반대에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3당은 ‘국정 탈선 동맹’을 결성하고 절박한 민생과 청년의 한숨은 아랑곳없이 마치 문재인 정부를 중단시키고야 말겠다는 듯 묻지마 반대로 절박한 일자리와 민생을 더욱 위태로운 길로 내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처음에는 일자리 만들기가 추경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하고, 예비비로 하자고 했다가 이제는 예비비 사용도 안 된다고 한다”며 “야당의 묻지마 반대가 금메달 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제1야당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서 “추경에 세금으로 공무원을 증원 하는 것은 저희가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그럼 이것을 목적예비비로 쓰겠다는 것이 여당의 생각인데,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그것도 안 된다는 것이 당론”이라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여당을 제외한 야3당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이 공무원 증원 중장기계획을 각 상임위에 보고하고 예결위 승인을 받는 (목적예비비 사용에 대한) 부대조건을 달자고 했는데 여당이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협상 결렬을 여당 탓으로 돌렸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물밑협상을 이어갔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결국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오늘(19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번 임시국회는 8월2일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8월2일까지 국외활동(개인일정 포함) 계획이 있는 의원들은 알려주기 바란다”고 통보했다. 협상 장기화를 각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