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한국항공우주(047810)(KAI)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일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이날 이모 KAI 경영지원본부장을 불러 경영 전반에 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 선상에 해당하는 것 중 경영상 비리를 먼저 확인하겠다는 방침을 전한 검찰은 이날 이 본부장을 시작으로 KAI 경영진을 차례로 조사한 후 하성용 사장의 소환 일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에 있는 KAI 서울사무소와 경남 사천시에 있는 본사를 압수수색했으며,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이 본부장의 자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검찰은 이후 18일 진주시와 사천시 등에 있는 KAI 협력업체 T사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하 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조모씨가 대표로 있는 협력업체 T사는 하 사장이 성동조선해양 대표로 근무하다 2013년 KAI로 복귀한 후 설립됐으며, 2014년 39억원에서 2015년 50억원, 2016년 92억원으로 매출액이 늘었다. T사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Y사도 압수수색에 포함됐다.
검찰은 2차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납품계약 관련 문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증거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최근 KAI 측에서 영구 삭제 이레이저 프로그램을 대량으로 구매해 증거인멸을 시도한다는 첩보가 입수돼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상당량의 컴퓨터에 이레이저가 설치돼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KAI 비리의 핵심 관계자인 전 직원 손모씨를 체포하기 위해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손씨는 외부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업무를 담당하면서 처남 명의의 설계업체를 설립한 후 직원 용역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으며,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했다. 검찰은 손씨가 1년간 도피 중인 것에 외부 도움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손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으면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KAI가 원가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개발비를 편취한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용역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후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2013년 5월 취임 후 지난해 5월 연임에 성공한 하 사장이 로비를 했다 의혹도 제기됐다.
하 사장은 이날 "KAI를 사랑하는 모든 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저와 KAI 주변에서 최근 발생하고 있는 모든 사항에 책임을 통감하고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전했다. 또 "그동안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쌓아올린 KAI의 명성에 누가되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지금의 불미스러운 의혹과 의문에 대해서는 향후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설명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국방 과학기술 대제전 내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부스에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모형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