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정부여당이 초대기업·초고소득자 증세에 대해 속도전으로 강행할 방침을 굳힌 가운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참여할 뜻을 내비치면서 증세에 대한 국회 차원의 활발한 논의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 3당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이어 증세 추진에 있어서도 공조를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제개혁과 같은 사안은 여야 합의가 더없이 중요하다”며 “조속히 여야정 협의체 구성해 (증세) 논의를 이어갈 것을 야당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침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어제 ‘증세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씀하셨고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도 ‘세수 증대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유승민 의원은 대선후보 당시 중부담, 중복지 공약으로 증세 입장을 같이 한 바 있다”며 “적정 과세와 조세개혁 필요성에 정치권도 큰 틀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정부가 전면적인 세제 개편안을 밝히고 적절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면 증세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큰 틀에서 증세 논의를 하는 것은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고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도 “즉흥적인 증세 논의가 아니라 중부담, 중복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가지고 논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난 대선에서 ‘중부담, 중복지’를 위한 증세의 필요성을 설파한 바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법인세 실효세율을 우선 인상하되 부족하면 명목세율 인상까지 검토해보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바른정당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은 대선 기간 내내 일관되게 증세를 주장한 바 있다.
국민의당은 자체 법인세 인상안을 지난해 연말에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김동철 원내대표 대표발의로 소득세 과세표준 3억원 초과 구간 세율 인상(38%→41%)과 법인세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구간 세율 인상(22%→24%) 법안을 낸 바 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발의했던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구간 신설’을 골자로 하는 안보다 한 걸음 더 나간 내용이다.
증세에 대한 국민들의 압도적 찬성 여론은 외연 확장이라는 고민을 안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게는 고민거리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목소리를 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전국 성인 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5.6%가 문재인 정부의 증세정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10%에 불과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세제개편을 포함해 정기국회 예산안 처리 등 향후 입법 현안에 있어서도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3당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우 원내대표는 “국회 협치 과정에서 추경 통과가 가능했던 이유는 형식적 4당 교섭단체 체제에서 제1야당의 몽니에도 3당 공조를 통해 무조건 반대를 허물어냈기 때문”이라며 “선거 패배 이후 더 극우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한국당으로부터 개혁적 민심에 호응해야 하는 국민의당과, 한국당과 상대적 차별성이 절실한 바른정당과의 공조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당정협의에서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제시한 안을 골자로 한 증세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번 추경안 처리와 마찬가지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이 증세 논의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회에서 증세의 폭과 깊이를 둘러싼 힘겨루기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