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국내 신약들이 의약품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국 진출 국산 신약은 2003년 1호가 탄생한 이후 현재 8개로 늘었다. 작년과 올해에만 5개가 판매 허가를 받았다. 진입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는 추세다. 하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승인을 노리는 신약후보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 R&D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했다는 평가다.
미국 의약품 시장은 525조원 규모로 전세계 1위다. 전세계 의약품 시장(1255조원)에서 40%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1개 신약으로 막대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은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의 '휴미라'로 연 18조원 매출을 기록했다. 1개 신약이 21조원대 국내 제약업계 규모와 맞먹는 셈이다. 전세계 혁신적인 신약들이 미국에 몰려드는 이유다.
하지만 미국 진출을 위해서는 FDA의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국 FDA는 세계 최고의 의약품 검사·인증 전문기관으로 꼽힌다. 전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신중하게 의약품의 시판허가를 승인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FDA에서 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약효와 품질을 인정받는다. 이런 이유로 FDA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관문처럼 여겨진다.
국산신약 중에선
LG화학(051910) 항생제 '팩티브'가 최초로 미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국산신약이 선진 시장에 진출하기까지 1890년대 우리나라에 근대 제약산업이 출현한 이후 100년 이상이 걸린 셈이다. 기대와는 달리 팩티브는 상업적 성공에는 실패했다. 경쟁약물의 등장과 현지 파트너사의 전략 변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팩티브는 국산신약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복제약과 내수 영업에만 매달리던 국내 제약사들이 R&D를 강화하고 선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현재까지 미국 진출에 성공한 성공한 국산 의약품은 팩티브를 포함해 8개다. 합성신약과 복제약이 각 2개 승인을 받았다. 개량신약, 바이오신약, 바이오시밀러, 복제약이 각 1개씩 승인을 받았다. 연도별로는 2013년 2개, 2016년 3개, 2017년 현재 2개를 기록했다.
팩티브 이후 미국에 진출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2013년
한미약품(128940) 역류성식도염 치료 개량신약 '에소메졸'이 허가를 받았다. 이듬해
동아에스티(170900) 항생제 '시벡스트로'가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2016년에는
대웅제약(069620) 항생제 복제약 '메로페넴',
SK케미칼(006120) 혈우병 치료 바이오신약 '앱스틸라',
셀트리온(068270) 류머티스관절염 치료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허가를 승인받았다. 2017년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 류머티스관절염 치료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와
휴온스(243070) 생리식염주사제 복제약이 미국 허가 획득에 성공했다. 제약업계 신약 R&D 성과가 팩티브 이후 10년만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업계 신약 R&D가 질적·양적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복제약에서 신약으로 R&D도 체질변화하고 있다. 개발 초기부터 해외진출을 목표로 다국가 임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국내 제약업계 신약 파이프라인은 1000여개로 알려진다. 다만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제품이 없어 제약업계 과제로 남는다. 8개 국산신약은 미국에서 매출이 미미하거나 발매 초기 단계다. 셀트리온 램시마가 미국 출시 6개월만에 24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글로벌 신약 탄생에 도전하고 있다. 램시마의 매출 목표는 연 2조원에 달한다.
차기 미국 허가를 노리는 제품도 다수다. 대웅제약은 보톡스 '나보타',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녹십자(006280)는 혈액제제 'IVIG-SN', SK케미칼은 치매패치제 'SID710'으로 미국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한미약품, SK바이오팜,
신라젠(215600), 동아에스티 ,
영진약품(003520),
크리스탈(083790)지노믹스,
코오롱생명과학(102940),
바이로메드(084990), 지트리비앤티,
메디포스트(078160),
에이치엘비(028300),
메디톡스(086900),
휴젤(145020),
안트로젠(065660) 등도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신약후보물질은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바이오신약, 희귀질환치료제 등 다양하다.
라이선스 기대감도 높다. FDA에서 임상 중인 신약 후보물질은 약효와 안전성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높은 기술료를 받고,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할 수 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과 업계에 따르면 국산신약 기술수출은 2001~2005년 26건, 2006~2010년 45건, 2011~2014년 81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2015년은 30여건, 2016년에는 10여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계 R&D 수준이 짧은 기간 동안에 빠르게 성장했다"며 "과거에는 미국 진출 자체에 의의를 뒀다면 이젠 상업적 성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신약이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결국 혁신성, 진보성, 차별성을 갖춰야 한다"며 "개발 초기부터 해외진출을 목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