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성은기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자동차도 2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사드 영향으로 인해 중국시장에서의 실적 부진에 미국에서도 전반적인 승용차 수요 감소로 매출이 하락하는 동시에 경쟁심화에 따른 인센티브 증가로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차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하반기 또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위기 봉착에 국가 경제에 대한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는 2만여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굴뚝 산업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만도 등 부품 협력사도 자동차 실적 부진의 여파를 그대로 입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마냥 중국 탓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럴수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아차(000270) 27일 서울 양재동 기아자동차 본사에서 2017년 상반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6조4223억원, 영업이익 786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2.5%, 44% 줄어든 수치다. 경상이익은 전년보다 39% 줄어든 1조2851억원, 당기순이익은 34.8% 감소한 1조155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
(005380)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한 2010년 이후 7년 만에 상반기 기준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2010년 상반기 3조3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후 영업이익이 3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회사 모두 중국과 미국 등 'G2' 시장에서 해외 실적 부진이 깊었다. 특히 3월 이후 사드보복 여파로 반한 감정이 커지면서 현지 판매가 급락했다.
현대차의 올 2분기 중국 판매량은 10만5158대로 전년 같은 기간(29만3758대)보다 약 64% 감소했고 기아차도 같은 기간 약 64% 줄어든 5만2438대를 팔았다.
미국에서도 수요 둔화에 따른 판매부진이 이어졌다. 현대차는 상반기 미국에서 33만6441대를 팔았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10.1% 줄어든 수치다. 기아차 판매도 같은 기간 9.9% 줄어든 29만6000대를 기록했다.
이같은 판매량 감소에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신차 투입을 통한 판매량 증대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하반기 중국시장 전용 신차를 비롯해 제네시스 브랜드 세번째 모델인 G70 등을 출시해 브랜드 가치 제고는 물론 판매량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중국시장의 경우 단기적인 대응 보다는 딜러 재고 안정화에 주력하는 등 향후 여건 개선시 판매 조기 정상화를 위한 동력을 축적하는 데 집중한다.
기아차는 최근 국내에서 잇달아 선보인 스팅어와 스토닉의 신차 효과를 이어가는 한편 하반기에는 이들 차종을 미국, 유럽 등 글로벌시장에 순차적으로 투입한다.
스토닉 출시를 계기로 스토닉에서 모하비에 이르는 SUV 풀 라인업을 완성한 데 이어 최근 더 뉴 쏘렌토와 니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출시하며 글로벌 SUV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중국에서는 현지 전략형 소형 SUV K2 크로스를 출시하고 미국에서도 스포티지와 쏘렌토의 판매 물량 확대를 추진하는 등 RV 차종의 판매 비중 확대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위기일 수록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실적 하락은 단순히 사드 때문 보다는 경쟁력 약화가 원인"이라며 "중국 소비자들의 홀대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일본 차에 밀리고 중국 로컬 자동차의 품질과 안전도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대차가 R&D에 투자하는 금액은 지난해 기준 4조원 정도로 이는 매출액 대비 2%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규모가 증가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대·기아차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확대해 신기술과 신차개발에 매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사옥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