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7월 임시국회를 마무리한 여야가 일제히 당 재정비에 들어갔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굳건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권리당원 확대 등 당원 중심 정당으로의 전환을 예고했고, 이에 맞설 야당은 지지율 회복과 정체성 찾기 등을 위한 혁신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당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당원 중심의 정당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추미애 대표는 지난 28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통해 혁신위 출범을 공식화했다. 혁신위원장에는 3선의 최재성 전 의원이 내정됐다. 최 전 의원은 당원 중심의 정당·정책과 소통 측면에서의 대중 정당 면모 강화 등에 방점을 찍고 당 혁신 준비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풀이된다.
혁신위의 목표는 ‘100년 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당원 중심의 정당 시스템 개편이다. ‘100만 당원’ 확보와 권리당원의 확대와 함께 당 조직 개편 및 시스템 현대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지방선거에서의 공천 방식 등 당헌·당규 개정 작업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권리당원 중심의 혁신 방향에 대해서는 당 내부에서 이견이 존재한다. 상승세에 있는 정당 지지율을 기반으로 제대로 된 정당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기회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소위 ‘내 사람 꽂기‘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류석춘 혁신위원장을 중심으로 ‘우파 가치 회복’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이들은 일제히 ‘신보수주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보수의 심장으로 일컬어지는 대구·경북(TK) 지역과 핵심 지지층인 노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려 애쓰고 있다. 기존 지지층을 복원에 나서는 동시에 최근에는 청년들과 만나는 모임에도 참여하며 외연을 확장하려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의 개혁 방향을 논의하는 혁신위원회는 출범 초반부터 흔들리는 모습이다. 지난 28일 개혁의 밑그림이 될 혁신선언문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위원회 내부의 노선 갈등으로 결국 연기됐다. 선언문에 '서민경제 중심'이라는 용어를 넣자는 의견을 놓고 위원들끼리 격론을 벌이다 결국 발표 자체가 무산된 것이다.
국민의당은 당 내부에서부터 강도 높은 혁신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제보조작 사건 등으로 민심이 돌아선 분위기가 감지되자 오는 8·27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해 활로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이번에 선출될 새 지도부는 침체된 당의 전열을 정비하고 내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 전당대회에 나설 후보들도 저마다 개혁을 외치고 있다. 가장 먼저 당권 도전에 나선 정동영 의원은 당의 정체성과 관련해 국민의당이 ‘개혁의 경쟁자’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다음달 1일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천정배 의원 역시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이들 모두 ‘대대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기치로 걸고 자신이 당 개혁의 적임자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당권 주자 대부분이 과거 당 대표 등을 지낸 ‘올드보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제3의 길’이라는 정체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기류도 나타나며 당의 노선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전당대회는 세 대결이나 조직 싸움이 아니다”라며 “당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얻어낼 비전과 전략을 실천할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30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당 박주선(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당대회 이후 당 지도체제 개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