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고민 깊어진 유통가…'탈중국'만이 살길

2분기 실적 반토막…베트남·미국 등으로 눈돌려

입력 : 2017-07-3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가 중국 비중 줄이기에 나섰다. 2분기 아모레퍼시픽 등 실적이 반토막 난 가운데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사이의 갈등이 해결책을 찾지 못하자 '탈중국'을 향한 움직임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사드 여파에 주요 유통업체의 2분기 이익이 반토막났다. 롯데쇼핑(023530)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이 87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반토막(49% 감소)났다. 매출액은 1.4% 역신장한 7조4013억원이었다.
 
사드 보복의 역풍을 정면으로 맞은 롯데마트의 경우 중국 현지 매출이 94.9%나 급감했다. 현재 중국에서 운영 중인 롯데마트 99곳 가운데 대부분인 87개점포가 영업정지와 임시휴업 상태다. 영업 중인 12개 점포도 매출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어 영업정지가 시작된 지난 3월 이후 누적손실은 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차원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롯데면세점을 뺀 중국 사업의 피해액만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중국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동남아시장에 더 투자를 늘리는 등 탈 중국을 향한 움직이이 시작됐다.
 
아모레퍼시픽(090430)도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고 중국 현지 시장이 사실상 성장을 멈추며 실적이 급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7.8% 감소한 1조4130억원, 영업이익은 57.9% 급감한 1304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 개선 시점도 오리무중이다. 3월 보복 초기에는 하반기 이후 사드 여파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이제는 손실만 커지고 사드 보복조치가 해결되도 회복이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특히 지난 28일 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기습발사한 이후 정부가 그간 유보해오던 '사드발사대 4기 임시 추가배치'라는 강경대응 카드를 꺼내면서 중국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한국 측의 유관 행위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사드 배치는 한국의 안전 우려를 해결하지 못하며 한반도 유관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다만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상황은 악화일로지만 기업들은 정부에 사드문제 해결을 적극 촉구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드 보복 최대 피해자 중 하나인 롯데그룹을 이끄는 신동빈 회장은 28일 저녁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사드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날 간담회에서 사드 문제가 언급되긴 했지만 정작 사드 피해를 절실하게 호소할 것으로 예상됐던 신 회장이 관련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은 의외”라고 말했다.
 
사드 사태 장기화에 유통업계는 탈중국을 선택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베트남으로 눈을 돌렸다. 신 회장은 재판 등으로 빠듯한 일정에도 지난 24~26일 베트남을 출장길에 올라 베트남 경제의 중심지인 하노이와 호찌민의 인민위원장을 만나 '롯데몰 하노이'와 '에코스마트시티' 사업을 논의했다. 롯데백화점의 중소협력사 베트남 구매상담회 장소에도 직접 참석하는 등 세심하게 베트남 사업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올해 가을에는 설화수가 프랑스 라파예트 백화점에 매장을 내고 이니스프리도 미국 뉴욕에 첫 매장을 여는 등 서구권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시작된 이후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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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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