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수 전 삼성 전무 "최순실 요구로 정유라 지원"

"최씨, 박 전 대통령과 가깝고 조심해야 할 인물이란 말 들어"

입력 : 2017-07-31 오후 4:53:37
[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황성수 전 삼성전자(005930) 전무가 최순실씨 요구로 딸 정유라씨 승마 유럽 전지훈련 지원이 이뤄졌고 코어스포츠(전 비덱스포츠)가 최씨 회사인지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최씨와 주기적으로 연락하면서 삼성과 코어스포츠 용역 계약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황 전 전무는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임원 5명 공판에 나와 피고인 신문을 받았다. 특검이 "최씨를 만나기 전 박 전 사장으로부터 최씨에 대해 들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과 굉장히 가깝고 조심해야 할 인물이란 정도가 기억난다. 정씨 후원인 임무를 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뒤에 최씨가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15년 8월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박 전 전무를 만난 것과 관련해 "정씨를 지원하기 위한 게 아니라 올림픽 대비 승마 전지훈련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박 전 사장에게서 들은 바와 같이 최씨 존재를 고려했다"며 "이때 박 전 전무로부터 '정씨가 전지훈련 팀에 꼭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최씨가 요청한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삼성이 처음부터 정씨 존재를 알고 '맞춤 지원'을 계획한 게 아니라 최씨 요청으로 정씨를 전지훈련 대상으로 뽑았다는 설명이다.
 
또 황 전 전무는 "당시 최씨 요구를 거스르면 그보다 더 나쁜 일이 회사에 생길 수도 있겠다는 염려가 있었다. 그런 일을 안 당하기 위해 들어줄 수 있는 부분은 들어주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친한 최씨의 부탁을 삼성 스스로 거스를 수 없었다는 의미다.
 
특검이 "박 전 전무가 피고인에게 '정유라 승마훈련 계획'이란 첨부파일이 담긴 이메일을 보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왜 보냈는지 당시 이유를 몰랐다. 최근 생각해보니 정씨가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보낸 거 같다"며 "삼성이 박 전 전무에게 정씨 훈련 관련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코어스포츠가 최씨 소유 회사인지 알았는지에 대해 "몰랐다. 그때까지 최씨가 지인이 하는 회사를 소개해줬다고 생각했다. 당시 서류상에도 다른 사람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었고 정상적인 용역 계약을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검이 다시 "박 전 전무가 피고인과 협의 과정에서 여러 차례 최씨를 언급하는 것을 들었으면 코어스포츠를 최씨가 운영하는 회사로 인식했을 거 같다"고 되묻자 "당시 계약할 때는 몰랐다"고 거듭 말했다.
 
이에 특검이 "피고인이 박 전 전무로 받은 다른 이메일 자료를 보면 최씨가 코어스포츠의 자금을 관리한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이때 피고인도 이미 코어스포츠가 최씨 회사인지 안 거 아니냐"고 다시 추궁하자 "박 전 전무가 자료를 보내면서 최씨가 용역비를 헛되이 쓰이지 않게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도 그 설명을 듣고 최씨가 용역비가 다른 데 쓰이지 않게 참견을 잘해준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씨가 코어스포츠 돈을 관리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최씨 회사라고까지는 못 느꼈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날 특검은 지난 27일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 등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1심 판결문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 부회장 혐의 입증을 위해 먼저 규명돼야 할 박 전 대통령과 최씨 공모 관계를 밝히겠다는 취지다. 특검은 "최씨 요청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이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현 제2차관) 좌천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다"고 밝히자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현 재판 뇌물수수 공모 관계 관련 증거는 아니지 않나"라고 반대 의사를 보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증거로 채택했다.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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