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삼다수 잃어버린 5년' 되찾을까?

제주개발공사, 새주인 찾기 돌입…농심 참여 '촉각'

입력 : 2017-08-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생수 브랜드 부동의 1위 '삼다수'의 판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가장 긴시간동안 '삼다수'와 파트너로 활동했던 농심(004370)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009290)의 삼다수 판매 계약이 올 12월 14일 만료됨에 따라 삼다수의 생산과 관리를 맡고있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지난달 21일 새로운 위탁판매 업체 공모를 시작했다.
 
'삼다수'의 새주인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번 입찰에는 삼다수 판권 연장을 노리는 광동제약을 비롯해 롯데칠성(005300)음료, 코카콜라음료, 아워홈, 웅진식품, 남양유업(003920) 등 대부분의 업체들이 경쟁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특히 삼다수와 '애증의 관계'에 있는 농심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삼다수는 1998년 시판 이후 출시 6개월만에 국내 먹는 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급격한 성장을 이룬 브랜드다. 당시 판매권의 주인이었던 농심은 1998년부터 13년간 삼다수를 독점 판매해오며 생수시장에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제주개발공사가 돌연 수의계약방식을 일반입찰로 바꾸면서 2012년 판매권을 광동제약에 빼앗겼다. 농심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이에 반발해 가처분 신청까지 냈지만 법원이 제주개발공사의 손을 들어주며 상처만 남긴 바 있다.
 
이후 농심은 생수시장 재탈환을 위한 절치부심 끝에 '백산수'라는 자체 브랜드를 내놓았다. 2015년 10월 2000억원을 들여 백두산 인근 중국 이도백하 지역에 백산수 신공장을 세우는 등 대규모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농심의 전폭적 투자 속에 백산수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지만, 목표로 했던 두자리수 점유율엔 아직 미치지 못하는 등 성장속도에 아쉬움이 큰 게 사실이다.
 
백산수 매출은 2015년 380억원에서 지난해 605억원으로 성장했고 점유율도 같은 기간 5.7%에서 8%로 커졌지만 아직 1위인 삼다수(41.5%)와의 격차도 크다. 농심이 '삼다수' 입찰에 다시 참여해 이른바 '잃어버린 5년'을 되돌릴 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이에 대해 농심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로선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미 삼다수 판권이 종료되는 과정에서 아픈 경험도 있고 백산수 브랜드에 집중하고 있어 입찰 참여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춘호 농심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도 '삼다수'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여전히 농심은 유력한 입찰 후보로 거론된다.
 
실제 신 부회장은 올 초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올 연말 삼다수 판매권을 꼭 찾아오고 싶다"며 "삼다수는 브랜드 론칭부터 제품 디자인, 마케팅까지 내 손으로 직접해 애정이 많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업계 안팎에선 농심이 '백산수' 브랜드를 보유 중인 상황에서 이번 입찰 참여를 두고 고심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농심이 결단을 내려 입찰에 참여할 경우 '백산수'는 전 세계 수출을 통한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고, 삼다수는 국내 1위 브랜드로 유지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국내 생수시장이 뜨겁게 끓고 있다는 점도 농심의 입찰 저울질을 부추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70여개 업체, 200여개 브랜드가 생수시장 안에서 경쟁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세계가 '올반 가평수'를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하는 등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점유율 40%를 웃도는 삼다수를 손에 넣으면 추가적인 마케팅 투자 없이 생수시장 1위를 안정정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삼다수의 판매권 확보는 곧 '시장 1위'를 의미하는 만큼 이를 따내기 위한 국내 생수업계간 치열한 정보전이 예상된다"며 "농심도 이미 생수시장 1위를 경험했던만큼 백산수와의 시너지 여부를 검토한 뒤 입찰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제주도 내 삼다수 공장에서 생산라인이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사진/제주도개발공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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