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 후폭풍에 코스피 '흔들'…"새정부 기대에서 실망으로"

법인세 인상·주식 양도소득세 강화 부담…배당소득증대세제 폐지까지

입력 : 2017-08-03 오후 4:12:10
[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고공행진하던 코스피가 하루 사이 40포인트 넘게 빠지며 2400선을 내어줬다. 부동산 대책과 법인·고소득자 증세 방안이 겹쳐 나온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까지 나오면서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0.78포인트(1.68%) 떨어진 2386.85에 마감했다. 장중엔 2370대 중반까지 밀렸다. 코스피가 장중 2370선으로 후퇴한 건 지난달 10일 이후 처음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전날 발표된 세법 개정안이 증권산업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기업 법인세 인상과 고액자산가에 대한 주식 양도소득세 강화 등이 투자자들의 심리 위축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올해 증시가 박스피를 탈출해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일등공신은 기업 실적 개선이다.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작년에 이어 올해 1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며 기업 펀더멘탈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때문에 정부의 법인세 인상 카드는 기업의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 개정안에 따라 법인세 과세표준이 2000억원을 넘는 기업에 대한 세율은 22%에서 25%로 높아진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오른 것은 1990년 이후 28년 만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상장기업의 배당도 확대되고, 법인세 인상폭도 크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데 뚜껑을 열어봤더니 배당소득 증대세제 혜택은 폐지됐고 법인세 최고세율도 높아지면서 기업에 근거해 올라온 시장에 타격이 있지 않겠느냐는 심리가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법인세, 소득세 인상에 대한 우려가 수출 기업보다 내수 기업에 크게 반영되면서 주식시장에서 관련주의 타격이 컸다"고 짚었다.
 
실제 이날 GS리테일(007070)(-14.96%), BGF리테일(027410)(-7.03%), 이마트(139480)(-2.58%), 현대백화점(069960)(-2.27%), 신세계(004170)(-2.16%), 롯데쇼핑(023530)(-2.08%) 등 소비주의 낙폭이 컸다.
 
시장 전문가들은 전날 발표된 세법 개정안이 증권산업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기업 법인세 인상과 고액자산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 등이 투자자들의 심리 위축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사진/한국거래소
 
고액 주식투자자의 부담도 커졌다. 현재는 지분율 1%(코스닥 2%) 이상 또는 종목별 보유액이 25억원(코스닥 20억원) 이상일 경우 대주주로 보고 양도소득세를 물린다. 종목별 보유액은 내년 4월 15억원, 2020년 10억원 이상으로 단계적 상향이 예정돼 있다. 그런데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추가로 2021년 4월부터 종목별 보유액 3억원 이상을 과세 대상에 포함해 대주주 범위가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과표 3억원 초과분에 대한 양도소득세율도 현행 20%에서 25%로 올라간다.
 
파생상품 양도소득세율도 인상된다. 현재 파생상품의 양도소득세 기본세율을 20%로 정하고, 도입 초기 충격 완화를 위해 5%의 탄력세율을 적용하는데, 개정안에서는 이 기준을 10%로 인상키로 했다. 다만, 그동안 국내와 해외 파생상품의 손익을 별도로 계산해 논란이 있었던 부분을 손보고 이를 통합하기로 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팀장은 "파생상품의 헤지거래 성격을 감안해 개선한 걸로 보이지만, 파생상품 양도소득세가 개인투자자의 시장 이탈을 가속화한 만큼 세율 인상은 유동성 측면에서 부정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과세 특례 상품에 대한 혜택 연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고배당기업 주주에 대한 배당소득증대세제, 장기채권 이자소득에 대한 분리과세가 폐지되며, 해외주식펀드와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연말 일몰된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식 양도소득세 강화로 인해 역설적으로 증권사의 절세 상품 출시가 활발해질 수도 있다"며 "대형증권사의 랩(Wrap)이나 집합투자증권에 대한 매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2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러시아, 이란 통합 제재법인 '미국 적성국들에 대한 제재를 통한 대응법'에 서명하고 "북한의 위험한 행동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라고 선포하며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했다.
 
이날 코스피 698개, 코스닥 1001개 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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