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같지 않은 휴가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취임 후 첫 공식 휴가 기간이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 방통위원장 임명, 방산외교 등 사실상의 공식 일정들을 연일 소화하고 있다.
휴가 첫날이었던 지난달 30일에는 강원도 평창을 찾아 평창 동계올림픽 시설을 시찰하고 관계자들에게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당부했다. 이튿날인 31일에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전자결재로 임명했고, 오대산 등반을 하면서 국민들과 만남을 가졌다.
지난 1일에는 공개된 일정이 없었다. 그러나 다음 날 부동산 종합 대책과 세제 개편안 발표라는 메가톤급 이슈가 동시 발표된 것을 감안하면 관련 내용을 마지막까지 점검했을 가능성이 높다. 2일에는 리아미잘드 리아꾸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진해 해군기지내 해군공관 영접실에서 접견해 잠수함과 전투기 수출 등 방위산업 협력을 논의했다.
당초 문 대통령은 이번 휴가는 ‘휴식’에 방점을 뒀다. 휴가에 앞서 청와대 참모진에게 ‘구상, 의도, 책’이 없는 ‘3무 휴가’를 선언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대선부터 지금까지 반년 이상 제대로 쉬지 못한 상황이었다. 또 대선기간 국민들에게 ‘쉼표 있는 삶’을 공약했고 “저부터 올해 연차를 다 쓰겠다”고 약속한 만큼 일종의 본보기가 될 필요성이 있었다.
그렇지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이 변수로 등장했다. 청와대 측은 북한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휴가지로 경남 진해 군 부대 휴양시설을 선정한 이유 역시 긴급 상황에 관련 내용을 신속히 보고받고 군 통수권자로서 지휘권을 행사하는데 최적의 장소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휴가 강행에 대해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고 휴가를 미루는 것보다 얼마나 대응체계를 잘 운영하고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오히려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고 대통령이 예정된 휴가를 안가면 북한에 우리가 끌려다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여러 고민 끝에 나온 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비해놓은 상황에서 굳이 과잉반응을 보여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북한 의도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휴가는 5일 날 마무리된다. 현재 문 대통령은 진해 군 휴양시설에 머무르면서 각종 현안이슈들을 보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휴가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미·일 정상과 통화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경색된 가운데 문 대통령이 어떤 ‘진해구상’을 선보일지 주목된다.
여름휴가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진해 해군기지 공관에서 한국 최초 해외수출 잠수함 인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인도네시아 리아미잘드 리아꾸드 국방부 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