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성은 기자] 우리나라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위기에 봉착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로 중국시장에서 판매가 급락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조가 6년 연속 파업을 가결하며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파업에 현대차는 매년 1조원가량의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생산차질 총 14만2000여대, 경제손실 약 3조1000억원대로 경영차질을 빚었다.
특히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관련 1심 선고에서 패소할 경우 부담해야 할 비용이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적자전환에 따른 경영 위기 우려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자동차는 2만여 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굴뚝 산업으로 완성차업체의 부진은 5000개가 넘는 부품 협력사와 철강업체 등 전방산업에 두루 영향을 끼친다.
현대차(005380)의 위기가 부품을 납품하는 부품사의 실적 둔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쳐 나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8일
기아차(000270)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오는 21일 열리는 2차 쟁대위에서 파업여부 결정하기로 하고 그때까지는 파업에 돌이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 7일 오는 10일과 14일 각각 2시간씩 부분 파업에 돌입하기로 한 상황이다. 지난 4월20일부터 7월26일까지 총 22차례에 걸친 교섭에서 회사 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 따라 실력 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노조는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한 바 있다. 이로써 현대차 노조는 2012년 이후 6년 연속 파업을 이어가게 됐다.
2012년 이후 매년 되풀이된 파업으로 지난해까지 현대차는 34만2000대, 기아차는 27만8400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각각 7조3000억원, 5조500억원에 해당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12년 만의 전면파업을 포함해 각각 24일과 23일 동안 파업 농성을 벌이면서 그 해 생산 손실만 현대차 3조1000억원, 기아차 2조2000억원에 달한다.
매년 반복되는 파업에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자동차업체 5위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미국 시장분석업체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지난 5월 글로벌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현대·기아차가 포드에 밀려 6위로 내려앉았다. 지난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유지하고 있는 글로벌 5위 자리를 포드에 넘겨줄 위기에 처한 것이다.
무엇보다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아차가 이번 소송에서 질 경우 최대 3조원(회계평가 기준) 이상의 비용을 부담해야 것으로 보인다. 판결 즉시 충당금 적립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현 회계기준으로 당장 3분기부터 영업이익 적자가 불가피해진다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원래 통상임금 판결은 오는 17일 예정돼있었지만 재판부는 기록 확인 등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일정이 미뤄졌다. 재판부는 노조 측에 기록을 다시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고 17일 오후 1시40분에 한 차례 더 변론을 갖기로 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통상임금 패소시 투자와 법인세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해 더 큰 폭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차입 경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기아차의 위기상황은 곧 완성차와 자재, 부품, 물류 등으로 수직계열화된 현대차그룹에 영향을 미쳐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현대·기아차 노조가 파업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리나라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위기에 봉착했다. 사진은 현대·기아차 양재동 사옥 전경. 사진/현대차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