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실효성 논란이 끊이질 않는 알뜰주유소 사업에 재차 업계가 눈총을 보내고 있다. 연이은 유찰로 2부시장 경유 공급사를 선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오히려 사업 확대 방안을 검토하면서 업계의 볼멘소리도 커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회차를 거듭할수록 입찰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알뜰주유소 제도에 최근 확대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업계 답답함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당정 협의를 통해 알뜰주유소를 확대해 일반주유소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바라보는 정유업계와 주유소협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국내 석유유통시장 질서가 무너졌다며 알뜰주유소 자체에 부정적인 협회는 물론, 낮은 마진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입찰에 참여해왔던 정유사 입장에서 알뜰주유소 확대는 반길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 진행된 5차 사업자 선정 과정의 두 차례 유찰에서 실효성 문제가 또 다시 드러난 만큼, 무조건적인 사업 확대보다는 공급자 상황도 반영한 체질 개선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족한 실효성이 지적돼온 알뜰주유소가 제도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업계 눈총을 받고있다. 의미없는 확대보다는 수요와 공급을 모두 만족시킬수 있는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하남시 한 알뜰주유소 전경. 사진/뉴시스
앞서 한국석유공사와 농협경제지주는 지난달 14일 다음달 1일부터 오는 2019년 8월31일까지 사업에 참여할 공급사를 선정하는 5차 알뜰주유소 1·2부시장 경쟁 입찰을 진행했다. 이날 1부시장 공급사로 SK에너지(남부권)와 현대오일뱅크(중부권)이 선정됐지만, 2부시장은 공급사 선정에는 실패했다.
이에 석유공사는 지난달 26일 재입찰을 실시했지만 휘발유 공급사로 한화토탈이 선정되는 데 그치며, 경유 공급사 선정은 또 다시 유찰됐다. 현재 2부시장 경유 공급은 별도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공사가 구입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알뜰주유소 제도 시행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알뜰주유소 2부사업자가 정유사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석유공사를 통해 알뜰주유소에 제품을 간접 공급하는 2부시장 특성상 마진율이 낮은 상황에서 공사 예상가격과 실제 입찰가격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지난 회차의 30% 미만으로 떨어진 공급 규모도 참여 의지를 하락시키는 요소다.
생산시설과 유통망을 보유해 주유소에 직접 제품을 공급하는 1부시장 역시 안정적인 공급처를 2년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입찰가가 시장 최저가 수준인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 매력은 없는 편이다.
최하위 사업자인 주유소 사업자들의 마음도 잡지 못하고 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알뜰주유소는 지난 2013년 1031개소에서 지난해 1168개로 3년간 137개소 증가하는 동안, 셀프주유소는 연평균 300여소씩 증가했다. 정부가 일반주유소에서 알뜰 주유소로 전환할 시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제도 초기 실시했던 세금감면 혜택이 없어진 데다, 수요가 많은 중심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입지적 조건의 불리함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차라리 셀프주유소를 통한 인건비 감축 효과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제도가 수요자와 공급자를 모두 고려했다면 시장이 셀프주유소가 아닌 알뜰주유소를 선택했을 것"이라며 "정유사는 물론, 주유소 사업자들을 시장에 끌어들일 수 없다면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