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치매국가책임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관련 치료제 처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치매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들이 수혜를 입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5년간 30조6000억원을 들여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건강보험에서 보장하겠다는 게 요점이다.
이번 정책에는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지원 확대도 포함됐다. 중증 치매환자(약 24만명)의 본인부담률을 기존 20~60%에서 10%로 인하하겠다는 방침이다. 치매치료제의 본인부담금도 기존 30%에서 10%로 인하된다.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2000억원 규모 치료제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 금연치료제 '챔픽스'가 정부 금연 정책 수혜를 입어 2014년 60억원대에서 2016년 500억원대로 7배 이상 오른 전례도 있어 제약업계 기대감이 높다.
국내 치매치료제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가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치료제는 에자이 '아리셉트(590억원)', 노바티스 '엑셀론(160억원)', 룬드벡 '에빅사(100억원)' 등이다. 국내사는 대부분 이들 치료제의 복제약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치매 신약 개발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치매 합성의약품을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와 달리 국내사는 천연물의약품과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오리지널 신약에서 복용 편의성 등을 업그레드한 개량신약 개발도 활발하다. 아이큐어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매치료제 아리셉트를 패치형으로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보령제약(003850)과 라파스도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이용해 아리셉트 패치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동국제약(086450)은 한번 투약으로 1개월간 약효가 지속되는 아리셉트 주자세를 개발하고 있다.
대웅제약(069620)은 치매 주사제와 패치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주사제는 동국제약과 마찬가지로 1개월, 패치제는 1주일 동안 약효가 지속되는 제품이다.
SK케미칼(006120)은 엑셀론 패치 복제약 '원드론'으로 미국에서 허가신청을 접수했다.
다만 치매치료제는 전세계적으로 개발 성공률이 극히 낮지만 개발에 성공할 경우 시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다. 2002~2012년 세계적으로 413건의 임상시험이 진행됐지만 3개만 개발에 성공했다. 실패율이 무려 99.6%에 달한다. 글로벌 치매치료제 시장은 2015년 약 3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화로 인해 유병률이 증가하고, 진단기술이 발달하면서 치료제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며 "치매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만큼 정부,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