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약처럼'…붙이는 치매약 시대 도래

전세계 17조원 시장 규모…개발 성공시 수출 전망 밝아

입력 : 2017-06-21 오후 5:18:54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국내사들이 피부에 붙이는 치매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패치형 치매치료제는 전세계적으로 초기 시장 단계에서 개발에 성공하면 블록버스터 약물로 성장할 기대감이 높다.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 중인 국내사는 1조원 매출을 목표로 내세웠다.
 
21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GlobalData에 따르면 글로벌 치매치료제 시장은 2016년 154억달러(약 17조원)로 추정된다. 연평균 10% 이상 성장해 2020년에는 213억달러(약 24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치매치료제 시장은 약 4000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치매 환자는 약 먹기를 거부하거나 연하장애로 약을 삼키기 힘든 경우가 많다. 기억력 감퇴로 투약을 거르거나 중복 복용도 문제다. 패치형 제품은 먹는 약 대신 피부에 붙이는 형태여서 경구용 치매치료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번 붙이면 3~7일 동안 균일하게 약물을 투약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치매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 에자이의 '아리셉트(성분명: 도네페질)'과 노바티스의 '엑셀론(성분명: 리바스티그민)'이 대표적이다. 이중 아리셉트 성분은 전세계 치매치료제 시장의 50~6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패치형 치매치료제는 '엑셀론 패치'가 유일하다. 엑셀론 패치는 기존 엑셀론 정제(알약) 시장을 대부분 대체하며 연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엑셀론 패치가 성공하자 글로벌 제약사들은 아리셉트 패치 개발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아리셉트 성분은 피부를 통해 약물 흡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특화된 약물전달기술을 이용해 최초 아리셉트 패치 상용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리셉트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제인 만큼 개발에 성공하면 해외 수출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아이큐어는 아리셉트 패치로 국내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1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현재 FDA와 임상 관련 사전 서면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2019년 정도에 미국과 한국에서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일품목으로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령제약(003850)과 라파스는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이용한 아리셉트 패치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미세바늘(마이크로구조체)를 통해 약물 유효성분이 피부 내에서 용해되도록 전달률을 높인 기술이다. 짧은 부착 시간과 작은 부착 면적으로 기존 패치제제들에서 나타났던 피부자극도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내년 임상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대웅제약(069620)은 주사제와 패치를 개발하고 있다. 한번 붙이면 1주일 약효가 유지되는 패치형은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약효 지속 기간을 1개월로 늘린 주사제는 후보물질 탐색 단계다.
 
SK케미칼(006120)은 엑셀론 패치 복제약 '원드론'으로 미국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허가신청을 접수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미국에서 첫번째로 허가신청한 엑셀론패치 복제약이다. 유럽에선 2013년 시판허가를 획득해 판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치매 환자는 경구제 복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네페질 패치제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면 시장 판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글로벌 제약사의 완전히 새로운 치매 신약들이 나오기 전에 패치제를 출시하는 게 시장을 점유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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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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