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30대그룹의 상반기 실적이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급증했지만, 고용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된 가운데, 조선 3사는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다.
17일 CEO스코어가 30대그룹 계열사 중 반기보고서를 제출하고 전년도와 비교 가능한 260개사의 실적 및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30대 그룹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총 53조12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9%(17조1973억원)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고용은 96만358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0.4%(3415명) 감소했다.
30대그룹의 호실적은 반도체가 주도했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8%(6조9289억원) 급증했고, SK하이닉스는 478.0%(4조4553억원) 폭증했다. 이 두 곳을 제외하면, 30대그룹 영업이익 증가율은 20.5%(5조8131억원)로 전체 증가율(47.9%)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그룹별로는 삼성(128.6%), LG(108.1%), 한진(154.8%) 등 20곳의 영업이익이 증가한 반면, 금호아시아나(-67.1%), 에쓰오일(-60.2%), 효성(-32.6%) 등 9곳은 감소했다.
상반기 실적 호조에도 30대그룹의 고용은 줄었다.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조선 3사가 8300여명의 일자리를 줄인 점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대중공업은 무려 23.0%를 줄였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18.6%, 6.8% 감원을 단행했다.
그룹별로 보면,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29곳 중 고용을 줄인 곳은 15곳으로 절반을 넘겼다. 이중 현대중공업그룹이 18.3% 고용을 줄인 가운데, OCI(6.7%)와 두산(1.3%)도 실적과 고용이 동반 악화됐다. 삼성은 영업이익이 129% 증가했으나, 고용은 0.4% 감소했다. SK 역시 수익이 85% 늘었으나, 일자리는 0.3% 줄었다.
반대로 고용을 늘린 곳은 14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실적 호전을 바탕으로 고용을 늘린 곳은 LG(1.3%), 롯데(1.2%), 한화(0.6%) 등 8곳이었다. 특히 현대차(0.9%), 금호아시아나(3.1%) 등 6개 그룹은 실적이 악화됐음에도 고용을 늘려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