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우리나라의 사회적 현상으로 굳어진 저출산이 교육은 물론 빙과, 의료산업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임용 규모가 급전직하 하고 있고, 아이스크림 산업도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부정적 파급 효과가 사회 전반으로 더욱 확대되는 실정이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출산 가능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를 의미하는 합계 출산율은 2014년 1.21, 2015년 1.24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1.17명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우리나라 신생아 수도 2012년 약 48만5000명에서 지속 감소해 지난해 40만6000명까지 줄었다. 40만명 선 붕괴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이 같은 저출산 여파는 빙과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빙과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조9700억원 규모였던 아이스크림 시장은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4년 만에 40%가량 줄어든 셈이다.
빙과업계의 주요 판매처 중 하나인 학교 앞 문구점도 사라지면서 주요 소비층인 아이들에게 ‘여름 먹거리=아이스크림’이 공식은 의미를 잃은 지 오래다.
아이스크림 시장 축소 배경으로는 대체재인 커피 시장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지난 5월 발간한 ‘커피류 시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커피 시장 규모는 6조4041억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4조9022억원보다 1조5000억원 이상 늘어 아이스크림 시장과 대조를 이뤘다. 특히 커피전문점 시장은 2014년 대비 53.8% 성장했다.
저출산으로 아이스크림 소비는 줄고,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포함한 성인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면서 커피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초등교사 임용 대폭 축소 논란 역시 저출산에 따른 교원선발 수급 문제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시교육청이 공립 초등교사 선발 예정 인원을 발표하자 임용고시 준비생들은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813명을 선발한 서울 초등학교 교사 정원이 올해 105명으로 대폭 감소한 채 예고됐기 때문이다. 전국 상황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선발 인원은 작년 1836명에서 올해 868명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전체적으로 5549명을 뽑은 지난해보다 40%가량 감소한 3321명을 채용했다.
초등 임용 대기자가 4000여 명에 육박하지만 명예퇴직 감소 등으로 신규 교사를 대규모로 뽑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지만 교원 수는 매년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면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교사 1인당 초등학생 수는 16.9명까지 떨어졌다. 2005년 1인당 28명에서 9년 만에 11명이 줄어든 셈이다.
교사는 그 동안 선망의 직업으로 인정받아왔다. 교사라는 직업이 갖는 안정성은 대기업·전문직이 갖는 장점인 높은 소득보다 매력적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학령인구 절벽이 가시화한 지금 더는 유망 직업으로 보기가 어려워졌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폐교도 급증해 지난 30여년 동안 전국 3700여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교사=안정적인 유망 직업’이라는 공식이 저출산으로 교원 자체를 줄일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로 바뀌고 있다.
아울러 산부인과도 타격을 입었다. 저출산 현상이 지속하면서 산부인과병원이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520곳이나 문을 닫았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10년 이상 진행된 저출산 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이민자 수용 등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30만대 출생아 시대를 맞아 인력 계획도 새로 수립해야 한다"며 "어느 시대든지 인구구조가 바뀌면 산업구조가 바뀌기 마련이다. 정밀한 분석을 통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열린 '제6회 인구의 날 Y-SMU포럼 플래시몹'에서 새마을대학생봉사단과 중-고등학생들이 저출산 대응 주제에 맞춰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