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기자]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뒤 건설주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발표 이후 주택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만큼 하반기 신규 분양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당분간 주가는 횡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건설주는 8월부터 16거래일 가운데 4거래일을 제외한 11거래일 동안 하락을 이어갔다. 8·2 대책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3일에만 4% 넘게 빠졌고, 7월 말에 비해서는 10% 넘게 내렸다.
현대건설(000720),
GS건설(006360),
대림산업(000210) 등 대형주가 8월 들어서만 10% 가까이 하락하면서 위축된 투자심리가 주가에 반영되는 흐름이었다.
이달부터 이어진 건설주 약세는 하반기 분양시장 위축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를 포함한 강도 높은 규제가 포함되면서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등 주택가격 상승폭이 컸던 지역의 가격 상승이 둔화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2주 연속 하락하며 시장이 위축되는 흐름이다. 건설사들이 수요 감소를 우려해 분양 규모를 줄일 경우 내년 이후 건설사들의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들은 내달 금융당국이 내놓을 가계부채 대책을 포함해 시장 상황을 고려한 뒤 분양 물량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면 "하반기 분양 규모가 줄어들면 부동산 시장 위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경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건설사들이 분양 계획 축소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신규주택 수요를 확인하려는 심리가 있다"면서 "하반기 분양 진행 규모가 결정될 때까지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대책이 장기적으로 주택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경우 건설주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집값이 안정되면 건설사들이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내놓는 정책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연구원은 "집값이 계속 오르면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몰라 불확실성이 커진다"면서 "분양가격 상승의 과실 대부분을 시행사들이 가져가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이익보다는 안정적인 사업 환경이 조성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뒤 건설주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8·2 대책 시행 이틀째 서울의 한 모델하우스가 한산한 모습.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