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해외 미결구금 기간, 국내 형량 산입 안 돼"

"일사부재리 원칙 적용 안 돼…실형 집행된 사람만 일부 산입"

입력 : 2017-08-24 오후 4:43:34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범죄자의 해외 미결구금 기간은 국내 형량에 산입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필리핀에서 한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한 전모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외국에서 확정판결을 받았더라도 우리 법원을 기속할 수 없고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외국에서 죄를 범한 사람에 대해 국내에서 다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다. 형법 제7조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받게 될 불이익을 완화하고자 마련한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형법 제7조는 죄를 지어 외국에서 혐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대해서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다만 적용대상은 외국 법원의 유죄판결에 의해 자유형이나 벌금형 등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실제로 집행된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라서 외국에서 미결구금돼 재판을 받다가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된 사람은 형의 집행을 당한 사람이 아니므로, 형법 제7조의 적용대상이 아니고 이러한 미결구금기간은 형에 포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씨는 2005년 10월 필리핀 현지에서 동거하던 피해자 지모씨와 금전 문제로 다투던 중 칼로 살해했다. 이후 현지에서 체포돼 5년 이상 구금된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2010년 10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됐다. 이후 전씨는 상당 기간 필리핀에 머물다가 2016년 3월 귀국했다. 이후 지난해 5월 살인 혐의로 구속 수감돼 다음 달 기소됐다.
 
필리핀에서 살인죄로 구금돼 재판을 받던 전씨가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된 후 국내에서 다시 재판을 받으면서 유죄판결을 선고되는 상황에서, 필리핀에서 구금된 기간을 국내에서 선고될 징역형 형기에 포함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 2심은 전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한편, 고영한(주심), 김창석, 조희대, 김재형, 조재연 등 5명의 대법관은 외국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되기까지 미결구금된 사람에 대해서도 형법 제7조의 유추 적용을 통해 미결구금일수를 형기에 직접 산입해주는 것이 헌법 정신과 형평의 원칙 등에 부합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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