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살인 혐의를 받는 피고인에 대해 재범 위험성이 낮아질 여지가 있다는 추상적인 가능성만으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송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5년에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송씨는 지난해 7월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아파트의 주민 휴식 공간에서 A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씨는 앞서 2015년 11월부터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알게 된 A씨가 나이가 어린데도 평소 반말과 욕설을 하는 등 무시했다는 이유로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던 중 서로 눈이 마주치자 순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25년을 선고했지만, 검사가 청구한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이전에 살인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없고, 다른 범죄로도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며 "피해자가 사망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범행을 통해 드러난 피고인의 생명경시, 준법의지의 부족은 이후 수형생활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완화되거나 교정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송씨에 대한 재 범위험성 평가도구(KORAS-G) 적용결과가 총점 13점으로 높음 수준에 해당하기는 했지만,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평가결과는 총점 16점으로 사이코패스 성격특성은 중간 수준, 재범 위험성 수준은 종합적으로 중간 이상 수준으로 평가된 것에 대해서도 "부착명령을 선고할 정도로 살인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다시 살인범죄를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판결 중 부착명령청구 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송씨에게 20년간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재범의 위험성이 앞으로 낮아질 여지가 있다는 추상적인 가능성만으로 현재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사람에 대해 부착명령의 필요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범행의 경위와 수법, 내용, 범행 후의 정황과 태도 등을 모두 종합하면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범행 동기와 관련해 한 살 어린 피해자가 욕설하고 무시하며 피고인을 죽이겠다고 협박을 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와 같은 이유로 사람을 살해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며 "출소 후 사회에 복귀해 다양한 사람과 같은 갈등이 다시 발생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데,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범행을 저지르게 된다면 피해를 되돌릴 수 없는 점에서 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춰 현재 시점에서는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수형생활이나 정신치료,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과 전자장치부착법 제15조에 규정된 인근 의료기관에서의 치료, 상담시설에서의 상담치료 등으로 재범 위험성이 실제로도 낮아지게 된다면 피고인으로서는 해당 보호관찰소를 관할하는 심사위원회에 부착명령의 임시해제를 신청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