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쏟아지는 해운정책에 선사들의 고민이 깊다. 정부는 '해운산업 재건'을 목표로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한국해운연합 결성 등을 확정했다. 해운업계는 정부의 해운정책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면서도, 정책이 특정 선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정부는 8월 한 달간 '해운사업 재건'과 관련, 해운업계가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정책 두 가지를 내놓았다. 우선 지난 24일 제4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선박해양과 한국해양보증보험 등 기존의 선박금융기관을 통합해 자본금 5조원 규모의 공사를 설립하는 것이 골자다. 내년 6월 정식 출범한다.
지난 24일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자본금 5조원 규모의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앞서 이달 8일에는 한국해운연합(KSP)이 출범했다. 국적 컨테이너 선사 14곳이 모두 참여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는 국적 선사들의 과당 경쟁을 방지하고, 신규 항로 개척 등에 협력하는 것이 골자다. 국적 선사가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는 첫 시도인 만큼 업계 관심도 높다. KSP는 선사 간 자발적 모임을 강조하며 상생을 강조한 정부의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공식 출범은 내년 상반기다.
업계는 정부의 해운정책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윤재 한국선주협회 회장은 KSP 출범식에서 "해외 선사들이 각국 정부의 아끼지 않는 지원으로 대형 선사로 거듭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등 각종 방안을 국정과제로 포함하고 있는 만큼 국적 선사들의 재도약 발판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입장은 상이하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국적 선사의 기항이 집중되는 곳을 구조조정 하려던 KSP의 계획은 출발부터 엇박자를 내고 있다. 지난 16일 남성해운과 동진상선, 범주해운, 팬오션, 천경해운 등 5개 컨테이너 선사는 인천항만공사가 개설한 태국~베트남 항로 신설에 참여했다. SM상선도 지난 17일부터 한국~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를 잇는 신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구조조정 대상의 공급이 늘었다.
업계는 선사 금융 지원을 목적으로 한 정책이 특정 선사에 집중될 것이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특히 글로벌 선사와 경쟁하기 위해선 100만TEU 이상의 '메가 컨테이너 선사' 육성에 공감하지만, 현대상선과 같은 일부 선사만을 위한 지원 정책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비슷한 목적으로 올해 4월 설립한 한국선박해양도 전체 1조원 자본금 중 8500억원을 현대상선에 썼다"며 "최근엔 현대상선을 선복량 100만TEU로 확대하기 위해 10조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해운 정책이 특정 선사를 위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엔 반대한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