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여성이 육아휴직급여를 사실대로 작성해 신청했다면 휴직 기간 중 아이와 떨어져 해외에서 생활했더라도 육아휴직급여 신청행위를 허위나 기만, 은폐 등으로 볼 수 없어 해당 여성이 부정한 방법으로 육아휴직 급여를 수령한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정모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상대로 제기한 육아휴직급여 제한 및 반환·추가징수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우선 "원고는 육아휴직 대상 자녀를 국내에 두고 멕시코로 출국한 이후 육아휴직 기간의 대부분인 약 8개월의 기간 자녀와 떨어져 멕시코에 체류하면서 자녀와 왕래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어도 멕시코로 출국하여 육아휴직 대상 자녀를 양육했다고 보기 어려운 시점부터는 육아휴직 급여 수급요건을 충족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원고가 멕시코로 출국한 이후 육아휴직 급여를 신청해 받은 행위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제출서류도 모두 제대로 제출한 경우라면, 실질적인 육아휴직 급여 수급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 섣불리 은폐 등 소극적 행위에 의한 부정수급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육아휴직 급여 신청서 각 항목에 대해 사실대로 작성해 피고에 제출했을 뿐이고,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기재하거나 기재사항을 누락한 사실은 없다"며 "원심은 원고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육아휴직 급여를 받은 자'에 해당한다며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결국 원고의 멕시코 체류 일정기간 동안 지급된 육아휴직급여는 잘못 지급된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해외체류기간 동안에도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딸을 출산한 뒤 2011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해 피고로부터 총 980여만원을 받았다. 이후 정씨는 딸을 국내 가족에게 맡긴 채 남편과 함께 2011년 6월 멕시코로 출국해 2012년 2월 귀국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육아휴직급여 제한 처분과 급여 반환 명령을 내렸고 정씨가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아이를 가족에게 맡기는 방법 등도 육아에 해당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심은 "육아휴직급여는 직접 자녀를 양육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정씨가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를 받아가 급여제한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