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5년만에 생수시장 매물로 나온 삼다수에 업계의 이목이 쏠렸지만, 뚜껑이 열리자 막상 결과는 냉담했다.
생수시장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브랜드이자, 판권만 따내면 점유율 1위는 '떼놓은 당상'인만큼 치열한 판권 쟁탈전이 예상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이하다.
다수 업체들이 자체 생수 브랜드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고수하거나, 까다로워진 제주개발공사의 계약 조건 등에 난색을 표하면서 잇따라 포기를 선언했다는 게 업계 주된 관측이다.
우선 2012년부터 제주삼다수를 판매해온 광동제약은 지난해 삼다수로만 2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재계약 준비에 사활을 걸고 있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이번 입찰 참여로, 생수사업 첫 출사표를 던지게 됐다.
국내 생수 시장은 지난 2000년 이후 연평균 11% 성장하고 있다. 그중 삼다수는 지난해 판매액 기준으로 41.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더구나 생수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다수의 새로운 주인에 대한 결과에 촉각이 모아졌다. 특히 지난 2012년에도 삼다수의 판권 경쟁이 치열했던만큼 이번에도 그에 못지 않은 경쟁이 점쳐졌다.
그러나 분위기는 당시와 사뭇 다르다. 최근까지도 업계 안팎에선 광동제약 외에 롯데칠성음료와 아워홈, CJ제일제당, 웅진식품,
LG생활건강(051900)의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 농심 등이 경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들 후보 중 다수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생수시장 2위를 두고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는 롯데칠성음료와 농심은 자사 생수브랜드 '아이시스'와 '백산수' 사업 강화에 더 집중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브랜드 이원화는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후보 물망에 올랐던 CJ제일제당의 경우 지난해 제주개발공사와 합작법인 형태로 추진했던 '탄산수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좌초한 기억이 있는만큼 또 다시 제주개발공사와 협력관계를 형성하긴 껄끄러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밖에 아워홈과 웅진식품, 신세계푸드 등도 자사 생수브랜드를 이제 막 론칭한 상태여서 선뜻 입찰에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제주개발공사측의 까다로워진 입찰 조건도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단 평가다. 제주개발공사는 입찰할 수 있는 자격 기준으로 유통업을 영위하는 기업, 평균매출 최소 1000억원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삼다수 브랜드 강화방안도 제안해야하며 기존 생수브랜드를 갖고 있는 업체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브랜드 강화를 위한 후속조치 등도 밝혀야한다.
삼다수가 갖고 있는 압도적인 브랜드파워와 시장 지위를 감안하더라도 이미 대기업들이 속속 진출 중인 생수시장의 판도변화가 불가피한만큼 지나친 요구조건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 삼다수는 지난 2014년 기준 점유율(44.7%)보다 지난해 점유율이 소폭 감소한 반면 2위자리를 두고 경쟁중인 롯데칠성음료(아이시스)와 농심(백산수)는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수시장에 후발주자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추격중인 기업들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어 삼다수의 장기 독주체제도 장담할 수 없다"며 "4~5년 단위의 불안한 판권 갱신 형태도 안정된 시장 지위 확보를 노리는 식음료 업체들에겐 리스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제주시에 위치한 공장 내 삼다수 생산라인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사진/제주개발공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