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성은 기자] 현대자동차가 중국법인(베이징현대)의 최고경영자(CEO)인 총경리를 11개월 만에 교체하는 강수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여파로 중국시장 판매량이 전년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졌으며 최근 협력업체와의 대금지급 갈등으로 베이징 현지 공장 가동까지 중단되는 등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이에 '중국통'으로 알려진 담도굉 신임 베이징현대 총경리를 임명함으로써 위기 극복은 물론 분위기 반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11개월 만에 수장자리를 교체한 것은 실적 악화를 사드 탓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에 대한 경고성 의미도 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리를 보존하는 형태의 이동 인사가 얼마나 큰 충격파를 던질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화교인 담 부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차 북경사무소장, 중국사업본부장 등을 맡아왔다. 입사 이후 중국 업무를 맡아온 ‘중국통’으로 통한다. 그는 2010년 현대차그룹 유한공사 부사장으로 임명돼 사회공헌과 계열사 관리 등을 담당했으며 지난해부터는 현대차그룹 중국지원사업부장(부사장)으로 일해왔다.
장원신 전 베이징현대 총경리는 한국에서 중국사업을 지원한다. 중국사업본부장 김태윤 사장은 중국사업담당으로, 중국영업사업부장 이병호 부사장은 중국사업본부장으로 옮겼다.
11개월 만에 관시가 중시되는 중국의 총경리 자리를 교체한 것은 현대차의 중국 내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북경현대차는 올해 7월까지 중국에서 총35만1292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7월까지 판매량(59만2785대)보다 40.7% 하락한 수치다. 중국 판매 급감은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탓이 가장 크다. 현대차는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3월에 판매량이 전년 대비 44.3% 급감한 데 이어 4월(-63.6%), 5월(-65.0%), 6월(-63.9%) 등 4개월 연속 급락했다. 7월에는 5만15대를 팔아 감소폭이 28.6%로 줄었으나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중국 측 인맥이 투텁고 중국 업무를 잘 이해하는 담 부사장을 통해 혁신적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3월 사드로 인해 중국내 현대차 실적이 급감한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 같은 인사를 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는 중국 상품전략과 연구개발(R&D) 업무를 유기적으로 통합한 '중국제품개발본부'를 신설했으며 지난 6월에는 100여명 규모의 '중국 시장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중국시장 회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시일 내에 중국시장 판매량이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판매량 감소를 사드 탓으로만 돌리기 보다는 중국 소비자들이 선택할 만한 자동차 개발 등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해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현대차가 중국에서 판매량이 급감한 데에는 사드 영향이 가장 크겠지만 무엇보다 중국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신차가 부재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소비자 입맛에 맞는 현지 전략차종 개발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현대차 창저우공장에서 현장근로자들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