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가정폭력을 행사한 남편이 가정법원에서 특별한 처분을 받지 않아도 이후 별도 처벌이 가능하고 이는 일사부재리 원칙 반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상해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가정폭력처벌법상 불처분결정이 확정된 후에 검사가 같은 범죄사실에 대해 다시 공소를 제기했다거나 법원이 이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했다고 하더라도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이나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며 판시했다.
이어 "종전 가정보호사건의 확정된 불처분결정의 효력을 뒤집을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소제기가 단지 고소인의 개인적 감정에 영합하거나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게 할 의도만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러한 조치는 공소권의 남용으로서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사건 공소는 검사가 제2차 고소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결과와 종전 가정보호사건의 기록 검토 결과 등에 근거해 국가 형벌권의 실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제기한 것임을 알 수 있다"며 강조했다.
박씨는 지난 2012년 10월 부부싸움 도중 배우자 노모씨를 밀쳐 넘어뜨리고 머리를 누르는 등 2주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이후 2013년 2월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가정보호재판에서 불처분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2014년 7월 노씨는 박씨를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하며 과거 폭행 사실과 추가 폭행 사실을 합쳐 고소장을 제출했다. 박씨는 "이미 불처분결정을 받은 범죄사실에 대해 다시 공소를 제기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한다"며 주장했다.
하지만 1, 2심은 "서울가정법원은 2013년 2월 피고인에 대하여 보호처분을 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다"면서도 "가정폭력처벌법상 보호처분이 확정된 경우에는 그 가정폭력행위자에 대해 같은 범죄사실로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처분 결정에 대해서는 공소제기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며 박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