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대에 머물면서 조선업계의 침체도 장기화되고 있다. 해양플랜트 발주는 사실상 끊긴 데다, 선박 인도마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인도시 잔금을 받는 일명 '헤비테일(Heavy Tail)' 계약 방식 또한 여전해 건조비용을 온전히 받지 못할 상황까지 우려된다.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양시추업체 시드릴(Seadrill)은 오는 12일까지 미국 법원에 기업회생절차(Chapter 11)를 신청할 계획이다. 노르웨이 선박왕 존 프레데릭슨이 소유한 시드릴은 저유가로 인한 해양시추 불황에 93억달러(10조5000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안고 있다.
이에 지난 4월에는 28억8000만달러(3조260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를 지난달로 연장했으며, 7월에는 금융권과 8억8000만달러(1조원)에 이르는 신용 대출 만기도 오는 14일까지 연기하는 데 합의했다. 여기에 10억달러(1조13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골자로 한 채무조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드릴이 기업회생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연초 파산설까지 나왔던 만큼, 시드릴의 드릴십(시추선)을 수주해 건조하고 있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입장이다. 시드릴은 2013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각각 2척의 시추선을 발주했다. 계약금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1조1000억원과 1조2000억원 규모다.
지난 6월 삼성중공업이 인도한 프렐류드사의 해양플랜트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의 모습이다. 사진/삼성중공업
다만, 시추선 인도는 지연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3월 시추선 2척을 인도할 계획이었으나, 시드릴의 요구로 인도 일정을 협의 중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말까지였던 2척의 시추선 인도 일정을 각각 내년 4월과 2019년 1월로 연기했다. 두 조선소가 건조하고 있는 시추선은 1척을 제외하면 3척 모두 95% 이상 건조가 진행됐다.
인도시 잔금을 받는 조선업계의 헤비테일 계약도 변수다. 삼성중공업은 시드릴과 계약 당시 총 건조금액의 30%를 선수금했다. 잔금은 인도 시점에 받을 계획이었으나, 인도 일정이 지연될 경우 올해 받을 수 있었던 잔금 확보는 어렵게 된다. 대우조선해양도 건조금액의 20%를 먼저 받았다. 여기에 시드릴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약금의 조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악의 경우 시드릴이 아예 시추선을 인도하지 않겠다고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저유가 기조가 지속될 경우 해양시추의 사업성이 크지 않은 만큼 시드릴이 시추선 인도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시드릴은 현대삼호중공업에 발주한 반잠수식 시추선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드릴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 유동성 여유가 생기는 만큼 잔금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시추선 인도를 포기한다면 조선소가 해당 선박을 다른 회사에 팔아 피해액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당연히 시추선 가격은 낮아지게 된다.
한편, 국내 조선업계는 삼성중공업이 지난 6월 2조8500억원 규모의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를 수주한 것을 제외하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4년 이후 해양플랜트 수주가 없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