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철강업계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국산 제품 가격 오름세에 힘입어 가격 인상에 나섰다. 상반기 견고한 실적을 낸 철강사들이 3분기 가격 인상을 통한 매출 증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이달 초 t당 61만대 철근 유통 가격을 3만원가량 인상했다. 철근 가격 인상은 철스크랩 가격과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함에 기인한다. 현대제철에 앞서 한국철강과 환영철강, 동국제강 등도 철근 가격을 t당 1만원에서 2만원가량 올렸다. 중국산 철근 가격과도 비슷해 가격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조선에 주로 사용되는 후판(선박 등에 사용되는 두게 6㎜ 이상 철판) 가격도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이달 유통업체에 판매하는 후판 가격을 t당 2만~3만원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조선사들은 철강사들과 직접 가격 협상을 하는 만큼, 유통업체 가격 인상은 간접적인 가격 상승 압박이 될 수 있다. 동국제강 등 주요 후판 제조사들은 하반기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H형강을 비롯해 냉연과 열연 등 주요 철강 제품들의 가격이 잇달아 인상됐다.
업계의 제품 가격 상승은 원자재 가격 인상에 기인한다. 철강재 생산에 사용하는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지난 6월 셋째주 t당 54.73달러를 기록한 이래 이달 첫주 t당 77.13달러까지 올랐다. 3개월 가까이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철강사들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지난 1일 중국 본계강철 고로가 폭발하면서 중국 당국이 고로사들을 대상으로 안전 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국내로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의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국내 철강 제품의 단기적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철강업계는 이달 철근과 후판을 비롯 철강 제품 가격 인상하고 있다. 사진은 후판이 적재돼 있는 모습이다. 사진/포스코
다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언급하는 등 경색된 통상 관계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산 철강 제품이 미국 내 통관에서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 받는 등 수출 환경이 밝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세에 있는 만큼 하반기 제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발언 등이 대미 수출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