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동반성장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하도급법 위반 행위로 경고를 받은 4개 대기업에 대해 지수 강등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중소업계로 부터 뭇매를 맞는 분위기다. 한 해 예산의 40% 가량을 대기업에 의존하는 동반위의 태생적 한계라는 지적이다.
10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동반위는 지난달 30일 열린 제 47차 동반성장위원회에서 '2016년도 동반성장지수 대상기업 등급 재조정 검토'를 안건으로 상정했다. 회의에서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부과받고 검찰 고발이 이뤄진 현대위아, GS건설 등 2개사의 2016년도 동반성장지수 등급을 강등키로 결정했다. 동반위는 이에 따라 양사의 등급을 한 단계씩 강등해 기존 '우수'에서 '양호' 등급으로 조정했다.
이날 안건에는 현대위아와 GS건설을 포함해 총 6개 대기업이 포함됐다. 이들은 추가공사 대금이나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등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한 기업들이다. 하지만 나머지 4개 기업은 공정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는 이유로 지수 강등은 물론 기업명 공개 조차 하지 않았다. 문제는 4개 기업 중 대다수가 현재 동반성장지수 '우수'등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과징금이 아닌 경고조치에서 끝났다는 이유로 여전히 '우수'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중에는 하도급대금을 법정지급기일이 초과하여 지급하거나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동반위 한 위원은 "기업 공개 조차 꺼리는 것은 대기업 봐주기로 보일 수 있다"며 "위원들이 보는 안건에도 기업명을 기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반위는 그동안 운영자금 조달에 있어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현재까지도 한 해 예산 가운데 40%는 대기업으로부터 지원 받고 있다. 때문에 대기업에 대한 압도적인 영향력은 동반위의 역할인 동반성장을 향한 칼까지 무뎌지게 했다.
이에 동반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위원회에서 기존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합의한 심의 기준에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기준을 바꿔야하는 것은 맞다. 이번 위원회에서도 심의 기준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에 한해서는 안건을 올려 토의해 해결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의존도를 줄이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대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동반위는 민간 자율 합의 기구로 출범한 만큼 예산 역시 민간에서 조달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의 과징금 수익 혹은 사회적 기금 마련 등 대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 또 다른 동반위의 한 위원 역시 "기업들로부터 받는 지원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운영 재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면 제역할을 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