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금호아시아나 그룹 오너들이 자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체 계열사 보유지분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면서 당초대로 금호그룹 정상화가 추진될 전망이다.
또 오너일가가 계열사들을 분리해 경영키로 함에 따라 금호그룹은 구조조정 이후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이 계열사 보유 주식 처분권 등을 넘길 것을 요구하자 이에 반발하던 금호그룹 오너일가들이 이날 채권단의 요구를 전격 수용함으로써 정상화를 향한 7부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의 압박이 본격화 되기 전인 지난 7일까지 박삼구 명예회장과 장남 박세창 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만이 사재출연과 보유지분 담보제공 등을 골자로 하는 경영책임 이행합의서에 서명했다.
고(故) 박성용 명예회장의 장남 박재영씨, 고 박정구 명예회장의 장남 박철완 전략경영본부 부장,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장남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 등은 서명을 거부해왔다.
◇ 지주사 워크아웃만은...
그러나 실제 금호석유화학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로 넘어갈 경우 그룹 전체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고, 전체 계열사의 자금압박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채권단의 압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채권단과의 입장차가 워낙 커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박삼구 회장 등 기업주들이 그룹 전체를 살리기 위해 어렵사리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금호석유(011780)화학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이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은 고 박인천 창업주의 4형제가 나눠 보유중이다.
창업주의 3남인 박삼구 그룹 명예회장과 장남 박세창 전략경영본부 상무가 11.96%, 4남인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과 장남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이 17.08%, 창업주의 장남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재영씨가 4.45%, 창업주의 2남인 고 박정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전략경영본부 부장이 11.96%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 설 전에 자금지원할 듯
김영기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금호산업과 타이어의 긴급 자금지원은 대주주 책임이행이 일단락됨에 따라 조만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금호산업 2800억원 지원은 이미 동의서를 받았고 타이어도 내일 동의서를 받는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금호산업과 타이어에 대한 긴급 자금지원은 노조동의서가 채권단에 제출되는 시점이 될 전망이다.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은 관행적으로 노조동의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너일가가 지분을 담보로 내놓더라도 해결할 문제는 남는다.
금호산업이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보장했던 대우건설 주가 3만1500원에 미치지 못한 부분에 대한 풋백옵션을 물어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이 1조원 가량을 손해보는 만큼 재무적투자자(FI)들도 조금은 손해를 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사모투자펀드(PEF)에서 주당 1만8000원에 매입해주고 나머지 잔여 채권은 다시 원금과 이자로 나눠 원금 부분은 무담보채권화해서 1:1의 조건으로 처리해주기로 한 것.
논란이 되고 있는 이자 부분은 1.7:1의 비율로 채권화하고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초과 이익에 대해서는 채권단과 FI들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채권단이 FI들에게 제시한 조건이다.
이에 대해 민 회장은 "17개 FI가운데 2~3개 FI가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는 전원합의가 돼야 하기 때문에 모든 FI와 합의하지 못하면 금호산업은 법정관리로 넘길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금호그룹 정상화를 위한 큰 고비는 넘겼지만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미다. 민 회장은 "FI들을 설득하고 있다. 설득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룹 계열분리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 부자와 고 박정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전략경영본부 부장이 공동으로 경영하고,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 부자가 경영을 맡기로 했다.
김 수석부행장은 "계열사별 경영권 분리문제는 양해각서(MOU) 형태로 결론낼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등 다른 계열사의 경영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석유화학의 지배에서 분리될 방침이다.
그는 "금호산업 등은 경영권이 박 명예회장으로 돼 있지만 이번 결정으로 경영권은 맡지 않는다"며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석유화학 밑에 있지만 금호산업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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