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늘어남에 따라 금융당국이 편법대출 적발에 나섰다. 잇따른 부동산 대책 발표로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강화됐음에도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이 늘어나자 규제를 우회한 편법 대출 점검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7일 "지난달 말 전국 은행 검사부장 회의에서 LTV, DTI를 우회한 편법 대출에 대해 자체 점검을 지시한 바 있다"며 "이번 주 점검 결과를 분석해서 필요시 현장 점검을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현장 점검은 신용대출 또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크게 늘어난 곳을 중점으로 실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6·19 부동산 대책에 따라 올해 7월 3일부터 가계가 조정대상 지역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적용받는 LTV 비율을 70%에서 60%로, DTI 비율은 60%에서 50%로 각각 강화했다. 또 8·2 부동산 대책에서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가계가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적용하는 LTV·DTI 비율을 40%로 더욱 강화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대출 조이기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개인대출은 증가해, 부동산 대책이 풍선 효과를 불렀다는 지적들이 이어져 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은행권의 가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7월 4조8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8월 3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6·19 부동산 대책 이전인 1∼6월 월평균 증가액 2조5000억원에 비해서는 많지만, 지난해 같은 시기(6조1000억원)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은행권의 가계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한 기타대출은 7월 1조9000억원에서 8월 3조4000억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8월 증가폭은 2008년 2월(3조9000억원) 이후 거의 10년 만에 최대치다.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도 1∼3월은 1조원, 4∼6월에는 2조원 초반을 기록했지만 7월 3조1000억원을 기록한 후 한달만에 다시 2배 이상(2조9000억원) 폭증했다.
특히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의 월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월에 4780억원, 8월에 4618억원 증가하며 작년 1월부터 올해 6월 월평균 증가액(2226억원)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현장조사에서 편법 대출을 적발시 엄중한 처벌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또 한국은행의 금융기관여신운용 세칙에 따라 대출금을 용도 외 유용한 사실이 밝혀지면 회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장 점검 결과 우회·편법대출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대출 담당 직원에게 제제를 내릴 것"이라며 "또 차주가 계약서와 다르게 돈을 쓰는 등 용도 외에 대출금을 썼을 사용한 경우 대출 회수 조처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17일, 개인대출이 증가한 은행을 대상으로 이번주 중 현장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