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과 농심은 중국 현지에서 20여년간 구축한 탄탄한 브랜드 파워로 흔들림없는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오랜 시간 중국인들의 '입맛'을 잡기 위한 현지화 노력이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유통, 화장품, 면세점 등 대부분 기업들이 줄줄이 중국 사업에 직격탄을 맞은 것과는 극명이 대조된다.
중국 매출 의존도가 압도적인 오리온의 선전은 더 눈에 띄는 대목이다. 1993년 중국 법인을 설립하며 현지 시장에 진출한 오리온은 중국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제과업체다.
진출 20년 만인 2013년에는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중국 시장서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는 국내 매출의 2배가 넘는 수준으로, 오리온은 여전히 중국 매출 비중이 60%를 차지할 정도다.
이같은 성과는 발 빠르게 현지 생산기지 구축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1997년 베이징 인근 허베이성 랑팡에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한 이후 상하이 공장과 2010년에는 광저우 지역에 생산시설을 세웠다. 현재 베이징 2곳, 상하이 1곳, 광저우 1곳, 베이툰 1곳 등 무려 5곳의 중국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같은 생산기지 확대 전략은 중국 소비자와 밀착한 유통망과 안정된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중국의 자국 업체 보호를 위한 까다로운 중국 통관 리스크도 철저한 현지 생산체제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특히 대표 제품인 초코파이의 지난 7월 중국법인 매출은 전년 대비 16%, 지난 3월 대비 143%나 증가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사드 이슈가 발생했던 3~4월에 일시적으로 하락했으나, 곧바로 회복세로 돌아서며 오리온의 2분기 실적 개선은 물론 3분기 실적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 역시 중국 현지 생산기지를 바탕으로 성장을 거듭해온 기업으로 꼽힌다. 중국에서 연평균 두자릿수 성장율을 기록할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농심의 중국 사업 규모는 전년대비 24.6% 성장한 2877억원까지 성장했다. 이는 미국, 일본, 호주 등 주요 해외 진출국가 중 가장 큰 비중이다.
농심은 1996년 중국 진출과 동시에 현지 공장을 설립했다. 현재는 상하이, 칭다오, 선양에서 각각 라면 제조공장과 재료 가공공장, 라면 및 스낵 제조공장을 운영 중이다. 농심은 중국 진출 초기 매운맛을 즐겨먹지 않은 중국인 소비자 공략을 위해 적극적인 시식 마케팅을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갔다.
특히 '신라면'은 2016년 중국 매출 2억달러를 돌파하며, 한국적인 매운맛을 앞세우면서도 중국 내 프리미엄 라면으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이는 수백가지의 중국 내 라면제품과의 경쟁을 통해 얻은 성과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농심이 주력 생수제품인 백산수의 수원지와 공장을 중국에 두고 있다는 점도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백산수는 중국 내두천 해발 670m 높이에 외부 오염으로부터 철저히 차단된 백두산 보호구역 내에 있고 대규모 공장 역시 중국 이도백하 지역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특히 백산수는 지난 2014년 9월, 생수제품 최초로 중국 중앙정부(기술감독국)으로부터 '생태원산지인증브랜드'에 선정되는 등 현재까지 중국을 무대로 한 생수사업에 차질없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소비자들에게는 직접적인 스킨십과 현지화 노력이 절실한데 오리온과 농심은 모두 중국 진출 초기부터 이같은 노력을 선행해 사드 사태 이후에도 별다른 위기없이 순항 중"이라며 "업종간 성격은 다를 수 있지만 중국에 진출해 있는 다른 업계도 롤모델로 삼을만 하다"고 말했다.
중국 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오리온 초코파이(왼쪽)와 농심 신라면 제품을 고르는 현지 소비자들. 사진/각 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