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문경 기자] "PC에서 인터넷, 모바일, AI 시대로 가면서 접점이 다변화되고 있다. 업계 전체적으로 AI스피커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스피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가능한 수많은 접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카카오는 생활 모든 순간에 카카오를 접할 수 있도록 기술로 인해 연결돼 있는 4000만 이용자에게 더 좋은 혜택을 주려고 한다"
20일 경기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 'T500'에서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가 AI 기술과 서비스로 만들고 싶은 비전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임 대표는 AI 생태계 구조도를 설명하며 "AI 플랫폼 '카카오 I'는 좋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가진 파트너들에게 API를 열어서 기술을 제공하면서 '모든 사람을 연결시키고자 하는 카카오의 비전에 맞게 이용자와 파트너들을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한 오픈 빌더를 4분기에 공개할 것이다. 우리는 플랫폼으로서 파트너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20일 오후 5시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열린 'T500'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임지훈 체제로 2주년을 맞은 카카오는 최근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임 대표 취임 초기에는 2015년 사내 의사결정기구 'CXO' 조직을 꾸려 사업 부문 별 임원들이 한 방에 모여 경영 지원과 중요 의사결정을 하는 팀이 3개월간 운영됐다. 이후에는 2015년 6월 카카오프렌즈 사업부 분사를 시작으로 포도트리,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지속적인 분사 결정을 내리고 있다. 올해들어 빠른 조직 변화와 신사업의 성과 조짐이 보이면서 임 대표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높아 지고 있다.
임 대표는 2년 동안의 카카오의 변화에 대해 "카카오는 게임, 모빌리티, O2O, 메신저, 포털 등 정말 복잡다단한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분야들을 일일이 경영회의를 결정하는 것보다 부분체제를 명확히해 강화해 나가는게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해 3월 첫번째 부문체제가 나왔다. '각 부문장은 각 부문의 CEO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분사는 전략이 아닌 도구"라며 "각 사업들이 명확하게 떨어져 있거나 다른 것과 합치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겠다고 판단이 들면 결정했다. 첫번째 분사가 카카오프렌즈였고 이후 다음 웹툰이 포도트리로 분사했다. 카카오프렌즈와 다음웹툰이 같이 있으면 더욱 경쟁력이 있을 텐데라는 판단에서였다.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도 너무나 좋은 조건의 파트너를 마련하고 투자 유치의 기회가 있어서 분사카드를 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 대표는 첫 취임 1년 동안에는 대표 위기설까지 나올 정도로 카카오의 미래가 불투명했던 때가 있다. 2015년 카카오택시로 O2O 사업이 주목을 받았지만 수익성 부재와 신규 사업의 부진을 겪었고 결국 가사도우미 서비스 등 추진하던 O2O 신규 사업 일부를 접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 대표는 "시행착오가 있었다. 카카오 드라이버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택시에서 큰 성과를 얻고 드라이버는 심혈을 기울였다. 그 시장이 이슈가 있었고 저희가 들어감으로 인해서 생업에 있는 대리기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초반에 기대했던 것보다 잘안됐고, 이건 제 판단 착오였다고 깨달았다"고 당시의 상황을 밝혔다.
이어 "우리가 드라이버 이후로 수많은 서비스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가사 도우미가 준비돼 있었고, 여러 개가 있었다. 그런데 이게 맞는지 잘 모르겠더라. 우리가 잘 하는 걸 해야겠다라고 했고 O2O를 직접하는게 아니라 모빌리티는 잘할 수 있는 것들로 가고 나머지는 플랫폼으로 해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되게 오랫동안 준비했던 프로젝트를 접었다. 접는 결정도 많이 고통스러웠다. 이런 결정들 덕분에 카카오가 집중해야 될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뾰족해진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 공략에 대해서는 "해외에서 먹힐 것을 해외로 내보내자"라는 전략에서 접근한다고 답했다. 임 대표는 "카카오톡과 포털 다음은 해외에 나가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한 국가에 플랫폼이 되는게 중요하지, 50개 국가에서 200만명씩 이용자가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포털도 한국어 콘텐츠로 대부분 구성돼 있기도 하고, 전세계가 구글이 장악하는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플랫폼 사업 진출의 가능성은 낮게 봤다.
대신 한국이 강한 '콘텐츠'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한국은 게임, 웹소설, 웹툰,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가 강하다. 카카오에서도 많은 시도가 있었고 점차 성과가 나고 있다. 게임의 경우 검은사막이 성과를 냈고, 일본에서 웹툰, 웹소설 분야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결국 핵심 플랫폼 사업은 국내에서 생활에 밀접하게 나아갈 것이고, 콘텐츠사업은 한국 뿐아니라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략이다"라고 강조했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