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가정보원이 만든 박원순 서울시장 문건 수사와 관련해 추선희 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22일 검찰에 다시 출석했다. 추 전 총장은 이날 오후 2시7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국정원에서 제안을 받았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 "기업에서 후원을 받았다"고만 말한 후 조사실로 향했다.
이에 대해 추 전 총장과 함께 출석한 서석구 변호사는 "황당한 추리소설을 쓰고 있다"며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아니고, 중소기업을 통해서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 변호사는 "어버이연합은 독지가, 회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저도 법률고문이라 매달 10만원씩 자동이체한다"며 "폐지까지 수집해서 자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등 다른 보수단체보다도 운영 능력이 가장 좋은 단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추 총장을 상대로 국정원의 지원을 받아 박 시장 등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20일 추 전 총장의 거주지를 압수수색한 후 21일 오전 10시55분쯤부터 11시간 가까이 추 전 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추 전 총장은 이날 오후 9시45분쯤 조사를 마치고 검찰 청사를 나오면서도 "후원은 국정원에서 한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에서 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총 11명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수사해 달라며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에 따르면 원 전 원장 등은 지난 2011년 11월 박 시장을 종북 인물로 규정한 후 보수단체 규탄 집회, 비판 성명 광고, 인터넷 글 게시 등 온·오프라인 활동을 하도록 지시하고, 2011년 5월 야권의 반값 등록금 주장을 비판하는 온·오프라인 활동을 지시했다.
검찰은 국정원의 이른바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18일 참고인으로 출석한 배우 문성근씨는 "국정원이 블랙리스트에 대해 이 전 대통령에게 직보한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블랙리스트보다 화이트리스트에 지원된 돈이 더 클 것"이라며 "어버이연합 등 극우단체 행사에 대해 어떤 지원이 있었는지, 일베 등에 직·간접 지원이 있었는지 밝혀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자유민총연합, 한겨레청년단 등 시민단체가 지난해 11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하는 가운데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국회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