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금융당국이 업권 상황을 반영해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관련한 소급적용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는 정치권에서 법 시행 전 받은 대출에 대해서도 대출금리를 기존 27.9%에서 24%로 인하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금융당국이 중재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에 카드·캐피탈과 저축은행, 대부업 등 2금융권은 내주 열리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소급적용 자체 시행안 마련에 앞서 2금융권 대출금리와 영업현황 등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내년 1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목표로 시행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발언한 만큼,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소급적용이 가능한 부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신규·갱신과 더불어 연장계약에서도 인하된 법정 최고금리인 24%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별도 의사 표명이 없더라도 3개월 이상 이자가 정상 납입되는 경우에도 채무자의 암묵적 동의로 간주해 만기도래 시점에 소급해 인하된 법정 최고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
이밖에도 내년 1월에 최고금리를 인하가 예정돼 있는 만큼, 올 연말부터는 업권의 상황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 금리 24%를 초과하는 대출을 자제시킬 가능성도 있다. 금리 인하 요구권의 활용방안도 넓힐 수 있다. 이 요구권은 대출을 받았을 당시보다 신용상태가 좋아진 차주가 금융회사에 대출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지난 2015년부터 저축은행·캐피탈·상호금융·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 적용됐다. 또 지난해부터는 카드사에 리볼빙 금리도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되는 등 적용 대상이 점차 확대됐다.
이처럼 금융위가 앞장서 중재안을 마련하는 데는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법정 최고금리의 소급적용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의원실 한 관계자는 "정무위 소속의원들이 최근들어 금융당국에 최고금리 소급 적용 요구를 해왔다"며 "금융위가 자체적으로 자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국감에서는 관련된 의원들의 질문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소급적용 자체 시행안 마련 방침에 따라 2금융권은 이번 국감에서 일단 한숨돌리는 모양새다. 2년 만에 법정 최고금리가 10%가량 하락하는 등 지속적인 최고금리 인하에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감에서 의원들의 질타까지 이어질 경우 금리 인하 소급적용 또한 현실화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이미 대출 증가 한도를 한자릿 수로 제한하고 광고 규제도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소급적용까지 적용된다면 업계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위에서 업계의 상황을 고려할 것으로 밝힌 상황에서 이번 국감에서는 금리 소급적용이 이슈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여야가 합의한 국감 증인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감이 끝날 때 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34.9%→27.9%) 시 각 업권에 자체적인 소급적용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당시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는 지난해 10월부터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전의 대출 고객에도 개정된 대부업법상 최고금리(연27.9%)를 적용했다. 대부업계 1, 2위인 러시앤캐시와 산와대부도 법정 최고금리를 넘는 고객 중 일부에 대해 금리를 낮췄다.
금융위원회가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관련해 자체적인 소급적용 방안을 마련한다.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 사진/뉴스토마토DB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