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이번 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는 12일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을 연다. 지난달 28일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앞으로 항소심 진행 절차에 대해 논의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은 2주 만에 다시 만나 공방을 벌인다. 이날 양측은 사건 핵심 쟁점 가운데 '부정한 청탁'에 대한 항소이유 설명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부정한 청탁' 여부는 현재 양측이 치열하게 다투는 부분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 등을 이유로 최순실씨 등에게 돈을 건넸다며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돈을 낸 것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낸 것이고 승계작업 등을 위한 부정한 청탁을 한 게 아니라 자신들은 강요에 의한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일단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 관련해 특검이 주장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등 합병을 위해 국민연금공단의 찬성 의견을 이끌어냈다는 등 개별 청탁 여부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의 추진 사실은 인정했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한 것으로 본 것이다. 이 부회장이 최씨 등에게 돈을 건넨 것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이라는 특검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날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고 최씨 등에게 그에 대가를 건넨 사실을 강조할 방침이다.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등도 대가성이 있었음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은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면서 "승마 지원 관련 뇌물약속, 일부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관련 뇌물공여, '이유무죄'로 판단한 것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가 인정한 포괄적 현안으로써 승계작업이 이뤄졌다는 사실도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삼성 측은 1심 이후 공소사실 전부를 다투는 취지로 항소이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재판부는 이달 매주 목요일 재판을 열기로 했다. 20일에는 삼성의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 관련해 양측의 항소 이유를 듣는다. 27일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등 나머지 부분에 대한 항소 이유를 두고 양측이 다툰다. 항소 이유 설명이 끝나면 다음 달 본격적으로 서류 증거 조사 및 증인 신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준비기일 때 박 전 대통령, 최씨, 정씨의 승마코치이자 덴마크 말 중개상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