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저축은행의 여신잔액이 48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11년 부실사태로 저축은행들이 연쇄 영업정지를 당한 이후 최대치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48조92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1년 12월(50조2376억원) 이후 5년 7개월 만에 최대치다.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2010년 5월 65조7541억원까지 늘었다가 이듬해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계기로 꾸준히 줄어 2014년 6월에는 27조5천698억원까지 축소됐다.
하지만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부동산 규제 완화 등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로 증가세로 전환됐다. 지난 2014년 말 30조281억원을 기록했던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2015년(35조5838억원), 지난해(43조4646억원)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여신잔액 증가폭도 커졌다. 저축은행 여신은 2015년 5조5557억원(18.5%)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7조8808억원(22.1%)이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1∼7월 4조6283억원(10.6%) 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4조4947억원)을 웃돌았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기업여신이 크게 늘었다. 지난 7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기업여신 잔액은 27조374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7924억원(11.4%)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1조4929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세를 우려해 비은행권까지 대출 옥죄기에 나서자 저축은행들이 발빠르게 기업대출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내수 부진에 힘겨워하는 자영업자들의 기업대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미국 정책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오르면 취약계층의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무리한 대출 확대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행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저축은행의 신규대출 금리는 연 11.30%로, 전월보다 0.35%포인트 올랐다.
저축은행 여신 잔액이 5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 저축은행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DB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